퇴원, 입원. 그리고 다시 퇴원...

스펙타클한 하루. 그래도 감사한 하루.

by 설작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담배를 얼마나 더 참으라는 거야!!!

내가 이 병원 가만 안 둬!!!"


옆 환자가 밤에 또 소리치며 소동을 부렸다.

밤만 되면 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다.


수면제를 드시고도 내내 뒤척이며

허리 아프다, 일으켜줘라, 나가자던 아버지가

겨우 잠이 드셨는데 옆 환자 고함 소리를 듣고

"맞아, 담배!" 하며 또 담배를 찾으셨다.

이 웃지 못할 돌림노래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그동안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며

돈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는데

저 환자 고함에 이 사달을 겪고 있으니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구나 싶었다.

돈만 있으면 당장 개인실로 옮기고 싶었다.



아버지는 기저귀를 자꾸 벗으려고 하셨다.

기저귀 밴드가 바지 주머니인 줄 알고

담배를 찾는다며 하도 쑤셔대셔서

이미 밴드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이것 좀 벗겨주라"


혹시라도 기저귀 없이 대소변을 보신다면

큰일이었지만 아버지를 믿어보기로 했다.


"벗겨드릴 테니까 대소변 마려우시면

꼭 말씀하셔야 해요~"


아버지는 알겠다고 하셨다.


한밤중에 아버지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소변~"


거의 눈만 감고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

소변통을 찾아들었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졌다.

바지를 내리고 침대와 바닥까지 대참사가...


하... 미리 말씀을 하시지...

모두 취침 중인 이 시간에 시트를 갈 수는 없었다.

일단 대충 닦아 수건들로 덮은 다음

아버지의 환자복을 갈아입혔다.


혹시라도 내가 아버지를 탓하는 말을 하거나

한숨을 쉬거나 힘든 내색을 하면

아버지가 더 미안해하실 것 같아

말없이 옷을 갈아입혀 드렸다.


"아버지, 혹시 또 마려우시면

그땐 미리 말씀해주세요~"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맥을 못 추셨다.

수면제의 약효가 이제 나타난 것 같았다.

말씀도 없으시고 몸에 힘도 없었다.


아버지를 앉혀드리고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니

아버지는 앞으로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하고 계셨다.

아이고... 눕혀드리고 갔다 올 걸...


아버지는 내게 뭔가를 말씀하셨다.


"이 집 활어회 돼요? 메뉴판 있어요?"


또 회 이야기를 하신다.

근데 지금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신가?


"여기가 어디예요?"


"목포. 식당."


아버지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제가 누구예요?"


"식당 직원~"


아버지는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못 알아보셨다.

어제까진 좋으셨는데...

상태가 이 정도인데 담당 교수님은

퇴원을 해도 된다고 하셨다.

병원에서는 재활병원에 예약을 해주었다.

대학병원에서는 더 해줄 게 없단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사설 앰뷸런스를 불렀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수능시험일이다.

언젠가 뉴스에서 앰뷸런스와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수험생을 봤는데

수능일에 아버지와 엄마가 앰뷸런스를 타는

모습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도 시험장에 오르는 기분이실까...



점심시간이 겹쳐 응급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아버지는 병원 밖 공기를 마시니

이제 담배를 피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엄마에게 담배를 요구하셨다.


반복되는 담배 타령에 엄마는 아버지에게

그런 말 그만하라고 하자

아버지는 인상을 쓰며 엄마를 협박했다.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네. 빨리 가져와!

자꾸 이러면 나도 폭력성이 나오네!"


그러면서 베개를 집어던지셨다.

내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으셨던 모습이었다.

자식에겐 꾹꾹 억눌렀던 모습이

엄마 앞에선 가감 없이 표출되었다.


난 베개를 주워 들고 아버지 옆으로 갔다.


"아버지, 그때 옆 병상에서 담배 달라고

밤새도록 소리치던 사람 기억나시죠?

그분 보면서 어떠셨어요? 보기 안 좋으셨죠?

아버지도 이 기회에 담배 끊으세요~"


"그래... 끊어야지..."


오~ 설득이 통한 건가?

이렇게 호락호락한 분이 아닌데?


"그런데 이렇게 끊는 건 아니지.

이렇게 되면 오기로 더 피워브러!"


그럼 그렇지...


"그렇긴 하죠~ 그래도 지금 끊으시더라도

아버지 의지로 자발적으로 끊으시는 거예요.

금단현상 때문에 힘드시겠지만

한번 노력해 보세요~"



입원 전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드디어 입원실로 옮겼다.

그런데...


입원실 내부를 본 순간 엄마와 난 말문이 막혔다.

응급실은 응급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병실은 괜찮겠지 싶었는데... 상황은 더했다.


구석진 방에 창문도 하나 없는,

병실은 달랑 하나.

다닥다닥 붙은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마치 임종을 기다리는 듯한 중증 환자들뿐.


코로나로 보호자 방문조차 금지라는데

이곳에 아버지만 놓고 갈 생각을 하니

고려장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께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넣어드리고

이제 아버지와 작별할 시간.

엄마는 내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뭐 큰일 났어요? 왜 울어요~"


난 엄마에게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나 역시 올라오는 눈물을 꾹꾹 눌렀다.

나마저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누워계신 아버지를 꼭 안아드렸다.


"아버지, 요 며칠간 아버지랑 함께 하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좋은 추억 많이 남겼네요.

금방 다시 올게요.

재활 열심히 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봐요."


아버지는 내게 일으켜달라고 손짓하셨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있는 힘껏 꼭 잡으셨다.

아버지도 이별의 상황을 알고 계신 듯했다.

아버지는 나를 안으시며 내 귀에 속삭이셨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지금 이렇게 작별 인사를 할 때가

내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밖으로 나가자! 일으켜 세워봐!"


아이고...

이 눈물 나는 이별의 순간에서까지

산통을 깨시는 아버지... 존경합니다.


"일어나지도 못하시는데 어딜 가시려구요.

여기 병원이에요. 담배 피울 곳도 없어요."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일으켜 세워주기만 해!"


결국 그냥 아버지를 다시 눕혀드리고

아버지를 뒤로한 채 병실을 나왔다.


엄마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차에서도

계속 눈물만 흘리셨고

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엄마, 저도 이런 곳에 아버지를 두고 온 게

너무 마음 아프지만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은

차분히 더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것 같아요.

우리가 병원을 너무 급하게 알아봤네요.

내일이라도 병원 옮기면 되죠~"


엄마는 한시라도 빨리

병원을 옮기고 싶어 하셨다.


"엄마, 식사부터 하러 가시죠~

저 3일 동안 한 끼밖에 못 먹었어요.

어디로 갈까요?"


엄마는 곰탕집에 가자고 하셨다.

일 마치고 아버지와 자주 갔던 곳이란다.

엄마는 아버지와 갔던 곳이 아니면

아무 곳도 모르고 아무 곳도 가지 않으신다.


그렇게 마음고생 하셨으면서도

아버지밖에 모르는 엄마...


엄마는 곰탕을 시켜놓고 계속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옮길 병원을 알아보셨다.

난 밥 먹다 말고 근처 동사무소로 달려가

새 병원에 아버지 진단서를 팩스로 보내며

바쁘게 움직였다.


마침 원하는 병원에 한자리가 났고

결국 아버지 구출작전에 성공한 듯했다.

입원 하루만에 내일 다시 퇴원키로...


엄마는 그제야 식사를 하셨고

나도 그런 엄마를 보며 한시름 놓았다.

하루하루가 참 스펙타클 하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더 이상의 미련도 후회도 없다.

나머지는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모든 게 잘 됐다.

가장 필요한 상황에

내가 엄마 곁에 있을 수 있음이 감사하고


열악한 병원에 입원을 시켜드린

오늘의 일까지도 감사하다.


최악의 상황을 한번 경험했기에

내일 아버지와 헤어진 후에는

그나마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다 잘 되고 있다.

앞으로도 잘 될 것이다.

keyword
이전 04화아버지와 함께 한 가장 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