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상이 없는 이유
일 년에 우리 가게 중요한 날이 있어요. 가을이면 김장하는 날이죠. 동네 아줌마들이 20-30명 오셔서 일을 도와주셨어요. 저도 오전에 조퇴하고 오기 일쑤였어요. 제가 원했던 거죠. 전 보리밥을 가마솥에 하거나 육개장이나 닭개장 만들거나 했던 거 같아요. 중학교 시절 가장 먼저 해봤던 첫 요리가 육개장이었어요. 주방 이모가 하는 거 보고 전수받아 도전했던 메뉴였어요. 김장하시는 날 일하시는 분 밥을 해주는 것도 일이라 엄마를 돕기 위해 오전에 조퇴를 하고 왔었죠. 그래서 전 개근상이 없어요. 엄마가 천식이 있어 병원에 입원하시면 그때에도 조퇴하고 병원을 지켰어요. 어른들에게 혼나도 제가 좋아서 했던 거 같아요. 엄마는 절대로 너는 식당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큰언니도 큰오빠도 둘째 언니도 식당을 하니 엄마는 막내인 저에게는 하지 말라고 부엌에도 못 들어오게 하셨지만 저는 그럴수록 더 요리하는 걸 어깨너머로 보게 된 거 같아요.
지금도 결혼 25년 차인데 김장을 남편과 함께 25년 해왔어요. 보고 자라서 그런지 결혼한 첫해부터 김장을 했던 거 같아요. 17평 사택에서도 100포기씩 했다는 사실 누가 보면 대식구인줄 알죠. 엄마의 김장은 갈빗집 상차림에 백김치는 매일 나가는 반찬이라 백김치를 먼저 만들어 마당에 항아리 독을 묻어 김치를 보관했어요.
갓김치, 알타리김치, 배추김치, 석박이, 파김치, 동치미 종류별로 김치를 다 만들었어요.
저 또한 11월이 되면 첫 주 토요일이면 하루는 알타리 김치, 파김치, 둘째 주, 동치미 백김치, 셋째 주 배추김치를 이렇게 김치를 매년 만들어요. 엄마랑 12년 살면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백김치를 고구마 쪄드리면 동치미 국물은 꼭 있어야 하고 엄마 파김치는 반건조 오징어와 무말랭이 잎과 무말랭이 같이 넣어 만들어요. 엄마가게 김장하는 걸 보았기에 저 또한 가장 잘하는 음식이 김치종류라는 거죠.
올해는 지인밭에 배추 40 포기를 심어놓은 상태입니다. 고춧가루는 충주이모가 농사지어서 파시기에 거기서 공수를 하고 액젓은 기장멸치를 깡통째 사서 진젓을 달여 쓰곤 해요.
가을이 되면 시간 날 때마다 김장준비를 조금씩 해요. 그 시절에는 김치냉장고도 없던 시절이라 항아리 땅에 묻어서 김장하고 파란 플라스틱통에 김장봉투 넣어 보관하거나 빨간통에 담아두고 김치 보관 하는 게 일이었어요. 무도 볏짚을 이용해 집을 지어 땅속에다 묻어두고 겨울 내내 꺼내 쓰셨던 거 같아요.
지금의 식당들은 대형 냉장고가 있어 보관이 얼마나 용이 한지 몰라요. 그 시절은 도구가 적어 고생이었죠.
배추 1000 포기하는 엄마 식당 손님들이 김치를 사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은 대부분 김치는 공장에서 사서 쓰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거 같아요. 직접 만드는 식당도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은 게 현실이죠. 가게에 밑반찬이 맛있으면 메인 메뉴는 당연히 맛있겠죠. 김치가 기본이라 재료부터 엄청 신경 써서 만들었던 우리 정여사 님 올해도 가을이 오니 김장하는 날이 엄마 김치가 그리워지네요.
요즘 식당을 가보면 밑반찬을 전부 식자재에서 장아찌 종류를 사거나 대충 나오는 집은 두 번 안 가게 되는 거 같아요, 밑반찬도 먹을만해야 가게 되는 거 같아요. 메인 메뉴 나오기 전에 반찬구성만 봐도 잘되는 식당은 알 수 있어요. 엄마는 식당의 밑반찬도 계절마다 제철식재료를 활용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엄마의 상차림을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갈비인데 왜 이렇게 반찬이 많냐고 제가 물어봤던 거 같아요.
한식집처럼 많았던 기억이 나요. 나박김치 물김치는 꼭 있었던 기억이 나요.
오늘 저녁에는 숯불갈비를 먹으러 가야겠어요. 엄마밥이 더 생각이 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