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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Oct 17. 2022

인생은 화음을 더하는 것

캐논

나는 아침에 일을 하기 전, 캐논 변주곡을 듣는다. 캐논은 나에게 있어, 노동요다.


캐논을 듣고 있노라면, 달갑지 않았던 내 인생의 반복이, 가끔은 단조롭고, 지루하고,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가, 받아 들여진다. 받아들임. 납득과 인정. 나이를 먹어갈수록, 받아들 일 수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20대에는 변화와 이상을 꿈꿨고, 30대에는 도약과 대 반환점 같은 큰 혁명을 바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것이 부질없다. 불가능하게 느껴지면서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을 밟아왔는지도 모르지.


그런 시간의 흐름, 인생의 변화무쌍.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똑같은 것 같은 단조로움. 그 모든 것이 이 캐논에 담겨있지 않나 싶다.


같은 음이 계속해서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화음을 쌓아가며 점점 더 웅장해지고 농익어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그래서 나는 캐논이 좋다. 캐논을 듣고 있노라면, 자꾸만 가슴이 두근두근 해진다. 나의 이 똑같은 일상의 반복들이, 모이고 모여서 거대한 악장을 이룰 거라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것이 두근거림의 이유다. 나는 선율 위를 달리고 있음과 같으니 말이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1,000번도 넘게 반복해서 듣는 음악이나 책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집중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에서 오는 고립감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에게 있어 캐논이 그렇다. 나는 일이 안 내킬 때, 집중을 원할 때, 혼자 일하며 막막할 때, 지루한 일을 할 때 캐논이 무척 당긴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음악이 재생되고 있고, 그래서 당장 들어야만 나의 흐트러지는 마음을 모두 그러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 반복해서 듣는 음악 -그래도 결국은 노동요- 이 캐논이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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