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좀 불안했던 것 같다. 그 말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의 방황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혼과 관련하여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이혼은 최대한 하지 말라는 그 말이 내 머리를 스쳤다.
남편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의 고집은 이미 내가 아는 바다. 어쩌면 이게 문제일지 모른다. 그가 고집이 세다는 걸 내가 알기에, 나는 그를 더는 설득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나는 1년 전 그에게 이혼을 '말'했다. 그런데도 그의 입에서 '그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저것은 진심이다'라고 느꼈다. 그의 온 세포가 나에게 전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말은 진심이라고.
눈빛이 차가웠다. 표정이 쌀쌀했고, 귀찮기도 짜증 나기도 한 표정이었다. 몸은 나를 향하지 않고 비껴 섰다. 그의 모든 것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심장이 쿵 하는 소리를 냈고, 게임 오버라는 화면이 눈앞에 스치는 것만 같았다.
이후에는 뻔한 레퍼토리가 이어진다. 왜 그러냐, 뭐가 문제냐, 잘 생각해 본 거냐 등등... 할 말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머릿속은 팽이처럼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쩌지? 재산은? 이혼은 어떻게 하는 거지? 등등...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혼을 말해도 되고, 너는 안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말한 이혼은 살기 위한 이혼이었다. '그렇게 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우린 이혼할 수도 있다. 우린 지금 위태롭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아무리 외쳐도 그는 나를 외면하고 있었고, 우리의 관계는 컴퓨터 화면이 깨지듯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그만'은 진심이었다. 나의 차오르는 눈물을 인지한 그의 눈빛이 더 차갑게 온도를 떨어트리는 것을 목격한 순간, 나는 더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