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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Feb 05. 2024

남편의 가출 선언

죽을 것 같다는 그 말


남편이 그만하자는 말을 하고 바로 다음 날, 집을 나가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다시 설전을 했다. "나가면 안 된다. " vs  "나가야겠다."


"너랑은 못 살겠어. 죽을 것 같아."

그 말이 너무 큰 비수로 꽂혔다. 딱 봐도 안 돼 보이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 화가 나다가 짠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 나가서 혼자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지면, 돌아오면 또 같이 있는 걸 견디기 어렵게 돼. 그리고 문제를 같이 풀어야지, 혼자 따로 지내면서 어떻게 풀어나가. 그러면 결국 이혼이야."


"그래도 못 살겠어."

견딜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남편에게 나의 설득은 계란으로 바위 치듯 깨지기만 했다. 왜, 도대체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막막함에 눈물이 다시금 차올랐다. 그는 나의 눈물을 싫어했다.


"네가 운다고 내 마음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렇게 매서운 칼이 또 있을까 싶다. 눈물마저 계산적으로 흘리는 여자가 됐다. 억울했지만 발끈하기를 멈췄다.


다시 생각해 보자, 내가 잘해보겠다. 다시 기회를 줘라와 같은 매달림이 지겹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아이들도, 나도 그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나 보다. 결국 결론이 나지 않은 평행선으로 우리는 며칠을 끌었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가 죽어가는 것 같았다.


'나와 지내는 게 그렇게도 싫을까..?'


'나도 그렇게 참았는데, 어쩜 저럴 수가 있을까. 애들은 어쩌려고?'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는 계속해서 별거를 원했고, 집에서는 마치 없는 사람처럼, 시체처럼 지냈다.


 '이것은 내가 그를 괴롭히는 거 아닐까?'


"당신이 그렇게까지 힘들면, 알았어. 당신 원하는 대로 해."


그렇게 3일 만에 그는 나갈 집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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