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너에게 나의 끝을 말해서 미안해
후회..
민아, 미안해. 네 기분은 생각지 못하고, 너에게 나의 기분을 솔직하게 털어놨어. 너는 나의 자살 고백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절망스러웠을까? 무서웠을까? 아마도 엄청 무섭고 떨리는 마음이었겠지?
너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힘든 마음을 털어놓고, 화나고 즐거운 마음까지 늘 공유하며, 같이 웃고 울고 분노하고.. 우리는 거의 감정을 공유하다시피 했지. 그런데 미처 네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어. 내 절망감과 좌절감, 그리고 힘든 현실이 나를 못 견디게 해서..
너에게 내가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말을 할 때는 그래도 정말 죽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 정말 죽고 싶으면 있잖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게 돼. 그렇게 내 주변을 정리하게 돼. 그러니까 민아, 나의 죽고 싶다는 그 말은 거짓말이었어.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고백이었고, 이런 말을 너에게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내가 아직 현실을 붙들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너의 존재야.
그래서 그만 너를 많이 불안하게 만들었네.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걱정이 됐을지. 네가 울먹이며 내가 걱정된다는 그 말에 목이 메었어. 내 아픔을 나만큼 같이 아파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가 이 순간의 고통을 이겨내길 기다려주고, 나의 이겨내는 힘을 믿어줘서 고마워. 난 지금, 네 덕분에 살 수 있는 것 같아.
민아, 걱정하지 마. 나는 잘 견디어내고 있어. 네 빈자리가 크지만, 너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큰 힘이 돼. 네가 나에게 그런 존재인데, 너는 나의 그 말이 얼마나 아팠을지, 가늠이 안 된다.
친구야,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을게. 나를 아껴주는 네가 있으니까, 나도 나를 더 사랑해 볼게!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며 살게! 나를 붙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