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Mar 16. 2024

짐정리

기꺼운 나눔

민아, 네가 가까이에 살아서 참 다행이야. 물건을 당근행 하기에는 너무 많고, 그래도 값을 꽤 치르고 산 건데 헐값이 팔기에는 너무 아까웠거든. 그런데 너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그냥 주어도 아깝지가 않잖아! 그래서 네가 가져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마침 너는 이사 오면서 가구를 하나도 안 해 와서, 내 것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네가 가져가기로 한 짐들을 보낼 때마다 잘 닦고 깨끗하게 만들어서 잘 쓰이기를,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빌었어. 네가 잘 사는 것 또한 나에게는 복된 일이니, 네가 잘 살길 비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야. 부디 내 짐이 너에게 가서 너희 집에 복이 넘쳐나고 행복하기를! 너는 복된 기운이 강한 아이니까, 분명 잘 될 거야!


매일 짐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당근에 팔고, 무료 나눔 하고, 고물상에 팔기도 했어! 고물상에 헌 옷가지와 냄비를 팔아서 돈을 받았을 때는 당근보다 기분 좋더라! 버리려던 것을 돈 받고 팔아서 그런 것 같아!


사실, 아끼는 물건들을 여기저기로 보내는 것은 정말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어. 내가 이 집에 들어오며 야심 차게 장만한 맞춤 물건들이, 내 품을 떠나 다른 사람의 손으로 가니까. 그게 남이 아닌 너라서 다행이었고, 너희 집 갈 때마다 다시 만날 테니 그것도 기쁜 일이지만.. 그래도 값이 꽤 나가는 아이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하다니.. 새로 이사 가는 집엔 그런 물건을 둘 자리가 없다니.. 너무 속이 쓰렸어.


내가 집을 치우던 날, 너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도, 그런 나의 마음을 네가 알아서였다는 것을 알고, '역시 너는 내 친구구나!' 했다니까!


하지만 민아, 미안해하지도, 안쓰러워도 하지 마. 난 있지,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헐값에 넘기기는 싫지만 너무 소중한 마음으로 품었던 물건들을, 마침 필요한 너에게 다 넘기고 올 수 있어서(필요 없으면 너에게나 나에게나 짐이었지) 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아니? 내가 보고 싶은 아이들이 다 네 곁에 있으니까..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덕분에 허탈함도 아쉬움도 모두 반감되어서, 고마운 마음만 남았어.


소중한 내 친구야, 내가 네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해. 너도 내게 도움이 되어주어 고마워. 그리고 언제까지나, 소중한 내 친구로 남아줘. 오래 두고 보는 좋은 가구들처럼, 너도 그렇게 오래 두고 보고 싶어.


이전 09화 친구야, 응원을 받았는데 눈물이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