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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r 17. 2022

식은땀 나는 작은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그것이 지치고 지치는 하루가 된다

adhd 아동과 부모가 종종 부디치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아이가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행동하는 상황.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거나, 비상식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거나, 또는 세상에 저와 나 단 둘만 있는 것 처럼 말 하거나 행동할 때 그렇다.


아이는 그냥 모든 것에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이 관심을 둔 '그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것은 언제 대상이 바뀔 지 알 수 없고, 언제 흥미가 떨어질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에 관심도가 높을 수록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도 안 쓴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예를 들면 이렇다. 내가 아끼는 실크 셔츠를 손빨래를 하여 물이 잠시 빠지도록 걸어두었다고 가정하자. 이후 아이가 귀가했다. 나는 아이가 귀가하는 과정에서 잠시 실크 셔츠의 존재를 잊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손을 씻고 나오라고 한다. 나는 아이의 간식을 챙기러 주방으로 향한다.


아이에게 관심사는 손을 씻고 나가서 할 '놀이'나 엄마가 제공할 '간식'이다. 즉, 관심사가 밖에 있다. 그러므로 욕실 안에 무엇이 있든 아이의 관심사가 아니다. 아이는 셔츠의 존재사실 조차도 모를 수 있다. 아이는 수건으로 손을 닦는 과정에서 셔츠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기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아이는 아마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것을 주울 생각 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줍는다면 그것은 아주 잘 한 일일 것이다.


만약 이쯤에서 엄마가 셔츠를 떠올리면 좋겠지만, 엄마가 떠올리지 못한다면 낭패다. 아이는 하필 물감놀이를 하겠다며 욕실에 가서 어떤 준비를 하다가 물감을 가지고 휘두르고 놀지도 모른다. 마침 그 놀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려던 준비 마저도 잊고 그 놀이에 빠져든다. 마침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레같은 헝겁 뭉치에 물감을 뿌리며 노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면 아이는 놀이에 더욱 빠져들 것이다.


뭔가를 한다며 들어간 아이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아이를 찾으러 들어간 엄마는 경악할 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묻지만 그 옷이 거기에 왜 떨어져 있는지는 아이도 모를 일이 된다. 사건은 늘 이렇게 인과관계가 모호하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이상스러운 말을 서슴없이 할 때도 있다. 싱크대에 음식 재료를 준비해 두었는데, 그 옆에서 지저분한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엎질러질 수 있는 음식 옆에서 위험스러운 장난을 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관심사가 없는 것에 있어서 인과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부모의 몫이다.


때로는 스스로의 몸을 위험하게 하기도 한다. 너무 위험하게 놀고 있어서 식은땀이 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위험하게 놀면 안 된다고 알려주어도 다시 그렇게 논다. 아이에게는 늘 새로운 자극, 더한 자극이 필요하다.


"네 몸은 소중해. 너는 네 몸을 소중히 여겨야 해.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해. 네가 다치는 걸 원치 않아. 네가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너무 걱정돼."


아이에게 아직은 족쇄를 채울 수 있는 엄마. 그 엄마라는 위치를 이용해 제제해본다. 언제까지 이것이 먹힐까? 언제쯤 스스로의 판단으로 '위험하니까 그만해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릴까?


늘 대비한다. 늘 경고한다. 늘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늘 잊은 것이 없는지 살핀다. 늘 화들짝 놀라고는 한다. 무언가 잊은 것이 있을까봐.


모든 육아와 자녀 교육은 현실이다. 별의별 육아서, 지침서가 난무하고 난무해도, 결국 현실은 케이스바이 케이스다. 나의 케이스는 이거다. adhd의 현실은 이렇다는 것. 그 속에서 무수한 충격의 나날들을 보낸다. 그리고 매일 후회와 눈물로 보내다 보면 그렇게 아이도 나도 성장하고 알아가고, 상처받고 치유하고. 그렇게 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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