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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Dec 19. 2020

형제의 난

코로나 집콕으로 자꾸만 부딪치는 형제

형제의 경쟁 과열

코로나 집콕은 불씨다. 외동이 아니고서야 남매든 형제든 자매든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부모에게는 둘 다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인데, 두 아이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남자아이들은 즐겁게 놀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싸우기 시작한다. 여자아이들은 양보하기도 하고, 적당히 져주는 법도 있는 것 같던데. 남자아이들은 모든 분야에 있어서 경쟁이다.


동생: "엄마, 저 유치원에서 밥 잘 먹었다고 칭찬받았어요."

형: "나도 선생님한테 칭찬받았거든? 나는 발표 잘했다고 칭찬받았어!"


분명 엄마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비교도 없었다. 그런데도 치고 들어오는 한 마디. 도대체 왜 그렇게도 이겨먹지 못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모든 순간 경쟁하는 형제의 삶이 참 고달프다.


한 번은 형제간에 싸움이 났다.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형은 장난으로 동생의 물건을 빼앗았고, 동생은 그것을 도로 빼앗으려고 했다. 힘이 센 형은 빼앗기지 않았고, 그러자 동생은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다 형이 넘어져 다쳤고, 형은 화가 나서 동생을 때렸다. 심하게 맞은 동생은 큰 소리로 서럽게 울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남편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형에게 뭣하러 동생 것을 빼앗는 장난을 먼저 시작했느냐며 화를 냈고, 형은 아빠의 반응에 동생 편만 든다며 울었다. 그만 하고 돌려주라고 해도 돌려주지 않은 네 잘못으로 다친 것인데, 동생을 왜 때렸냐고 화를 내는 아빠.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하고 사과도 하지 않고 도망간 동생이 잘못되었다는 형. 이러다가 형제 싸움이 부자 싸움으로 번지게 생겼다.


나는 남편을 제지하였고, 아이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형의 논리가 맞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다친 형의 입장에서는 속상하고 화날 것 같다. 하지만 동생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는데 건들고 다치고 화내고 때리니 억울할만하다. 그러니 나는 공평하게 형이 잘못했다는 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렇게 답을 결정할 일이 아니다.


나는 먼저 억울하게 맞고 서럽게 우는 동생을 안아줬다.


"많이 아팠지? 형이 네 것을 빼앗고 힘으로 누르려고 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겠구나. 그것 때문에 넘어진 건데 오히려 너한테 화를 내고 널 때리기까지 하니 억울하지. 우리 둘째, 정말 서러웠겠다. 많이 아팠어?"


"네~~ 엉엉엉~~~"


"하지만 네가 힘이 약하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냥 말로 해도 되는 거야. '내 거야. 그러니까 돌려줘.'라고 먼저 말하고, 기다려보는 거지. 그 이후에도 돌려주지 않으면 엄마 아빠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어. 그런데 너는 굳이 형한테 힘으로 빼앗으려고 했지. 그래서 네게 억울한 일이 생겼잖아.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데, 왜 자꾸 싸우려고만 해?"


동생은 자신의 반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곁에서 듣던 형은 동생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은 형 차례다.

"첫째야, 아빠가 너한테만 뭐고 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지?"


"나도 다쳤는데, 엄마 아빠는 동생 편만 들어. 엄마 아빠는 동생만 사랑하고, 나는 사랑하지 않아!"


"아니야~! 엄마 아빠가 우리 첫째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래, 너도 다쳤는데, 엄마 아빠가 네가 다친 것은 신경 쓰지 못했구나. 많이 아팠지? 지금은 좀 괜찮아?"


"네..."


"그래, 너도 많이 아팠을 텐데 몰라줘서 미안해."


"괜찮아요."


"그럼 이제 네가 무얼 잘 못 했는지 알겠니?"


"네. 제가 먼저 동생한테 장난을 걸었어요. 재미로 시작한 건데, 동생이 화내고 빼앗으려고 하니까... 갑자기 빼앗기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동생 건데도 주기가 싫었어요."


"그래, 동생이 빼앗으려고 하기보다 달라고 말했더라면 너는 멋진 형이니까 그냥 돌려줬겠구나?"

(사실 아니겠지만)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네 맞아요! 저는 그냥 돌려줬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다음부터는 먼저 장난을 걸어서는 안 되고, 힘보다는 돌려달라고 말하기, 그리고 돌려줄 때까지 기다려보기, 똑같이 응징하지 않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네."


- "네~!"

- "네~!"


형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화해하며 웃었다. 그 이후로도 싸움은 끊임이 없었다. 하지만 원만히 해결되고는 했다.




부모는 판사가 아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 부모는 종종 판사가 되려고 한다. 판사가 되어서 옳고 그름을 따진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져보며, 형제간에 선/후가 있다면 그 우열도 따져가며 공정한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더없이 만족해한다. 나는 아주 공평했노라고.


그런데 내가 직장 상사한테 깨졌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내가 잘못했지만, 상사가 다른 직원들 앞에서 내 잘못을 지적해서 망신을 주니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며 억울했다. 그래서 기분이 꿀꿀했던 나는 친구와 술 한잔 하며 회포를 푼다. 그때 그 친구의 반응이 두 가지가 있다.


a) "그 상사분 너무하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다 있는데서 대놓고 까? 우와 진짜 인성 쓰레기다. 너 거기서 어떻게 버티냐? 너 같은 인재를 못 알아보고 사람을 그렇게 막 대하냐? 사람이 실수 한 두 번쯤 할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가 있냐. 와~ 너 진짜 성격 좋다. 그런 데서 버티고 있고."

라며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b) "야, 그러니까 실수를 하지 말았어야지. 상사가 그런 스타일이라는 거, 너도 원래 알고 있었잖아. 그리고 네 잘못 가지고 뭐라고 했다며? 그럼 할 말 없는 거지 뭐. 더러워도 어떡하냐, 너 이번에 마이너스 대출했다며? 그럼 버텨야지."

라며 공평하게 판단해주는 친구.


성인인 우리도 내가 100% 잘못했어도 나에게 그 잘못을 지적하면 화가 나고 섭섭하다. 하물며 어린아이는 어떨까. 언제나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 아빠. 그런데 동생이 끼면 언제나 내 잘못이라고 한다. 또는 형만 끼면 자꾸만 동생이 형한테 대든다고 꾸지람을 듣는다. 형이나 동생이나 억울하다.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들은 어른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치기가, 과열된 경쟁심이,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아이의 올바른 판단을 막는다. 그리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어린아이인 것이다.


나는 내 아이 편이다. 자식이 죄를 짓고 와도 자식만큼은 품는 것이 부모라고 하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 앞에서는 비판하고 입바른 소리 하면 본인은 그것이 사랑인 줄 알까. 모든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다.


나는 판사 노릇 하려고 두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다. 현명한 부모는 박쥐처럼,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 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 다 자기를 더 사랑하는 줄 알아야 한다. 부모의 사랑을 나누는 것은 너무 아프고 힘든 일이니까. 그래서 자꾸만 더 관심받으려고 과열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안정적이고 든든하게 믿는다면, 아이는 굳이 사랑을 더 받으려고, 지지를 더 얻으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형제의 난을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 10

1.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2. 화나고 억울하고 슬프고 아픈 부분을 먼저 공감해준다.
3. 각자의 아이 편에 서준다.
4. 한쪽이 말할 때 조용히 듣는 규칙을 정한다.
5. 스스로의 잘못을 판단하게 해 본다.
6. 아이가 내린 결론에 지지와 칭찬, 격려를 해준다.
7. 먼저, 또는 더 많이 양보하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8. 각자 따로 불러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너'라고 말해준다.
9. 비협조적인 아이에게는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알려준다.(협조하면 놀이를 하러 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10. 원만히 해결되면 보상을 준다.(사탕, 과자, 칭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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