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굽은 팔

by 김두선


왼쪽 팔이 아프고 불편했다. 십수 년 전에 어긋난 팔이다. 조금 아프다 말겠거니 하고 뭉갰는데 이후에 굽어져 버린 줄도 모르고 지내왔다.



하긴, 병원은 원래 죽을 정도 돼야 가는 곳으로 여겼고, 어지간한 증상은 이 정도야 못 참으랴 하고 모른 척 방치했던 날들이다.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팔이 굽어져도 모를 정도면 대책 없 사람이라고 야 하나.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잘못된 팔이 다시 아프니 덜컥 겁이 났다.



바삐 정형외과로 갔지만 딱히 처방이 없는 듯했다. 다행히 한의원에서 침과 몇 가지 물리치료 등으로 지금은 통증이 차츰 회복되어 가는 중이다.

한의사 왈, 나이 들어가면 저절로 낫는 병은 없다나...



문득 굽어진 팔을 보며 '현재는 모든 과거의 결과'라는 엄중한 말 한마디가 아프게 와 부딪힌다. 어디 건강뿐인가. 삶도 그렇다. 젊은 날을 앞도 뒤도 안 보고 열심히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굽어진 곳이 더 많다. 그림자처럼 내게 붙어서 떨어질 수도 없고, 버려지지도 않는 그런 것.



며칠 째 이런 느낌에 담금질되어 바닥도 없이 가라앉고 있을 때 노아의 방주가 내게로 왔다. 사방이 모두 닫힌 공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란 오직 하늘을 향해 하나밖에 없는....



그 방주의 창을 통해 위로가 왔다. 한 번 굽어진 팔은 고쳐지지 않고 굽어진 인생도 고칠 수 없다. 하지만 여분도 배려도 없는 이 냉엄한 현실 앞에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도록 안식을 주는 믿음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며칠 째 비가 쏟아진다. 내 집은 방주이고 내 소일거리는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 일 속에 기도가 있다.


굽은 팔을 통해 굽은 삶을 돌아보게 하시니 감사하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제 舊製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