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팔이 아프고 불편했다. 십수 년 전에 어긋난 팔이다. 조금 아프다 말겠거니 하고 뭉갰는데 이후에 굽어져 버린 줄도 모르고 지내왔다.
하긴, 병원은 원래 죽을 정도 돼야 가는 곳으로 여겼고, 어지간한 증상은 이 정도야 못 참으랴 하고 모른 척 방치했던 날들이다.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팔이 굽어져도 모를 정도면 대책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잘못된 팔이 다시 아프니 덜컥 겁이 났다.
바삐 정형외과로 갔지만 딱히 처방이 없는 듯했다. 다행히 한의원에서 침과 몇 가지 물리치료 등으로 지금은 통증이 차츰 회복되어 가는 중이다.
한의사 왈, 나이 들어가면 저절로 낫는 병은 없다나...
문득 굽어진 팔을 보며 '현재는 모든 과거의 결과'라는 엄중한 말 한마디가 아프게 와 부딪힌다. 어디 건강뿐인가. 삶도 그렇다. 젊은 날을 앞도 뒤도 안 보고 열심히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굽어진 곳이 더 많다. 그림자처럼 내게 붙어서 떨어질 수도 없고, 버려지지도 않는 그런 것.
며칠 째 이런 느낌에 담금질되어 바닥도 없이 가라앉고 있을 때 노아의 방주가 내게로 왔다. 사방이 모두 닫힌 공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란 오직 하늘을 향해 뚫린 창 하나밖에 없는....
그 방주의 창을 통해 위로가 왔다. 한 번 굽어진 팔은 고쳐지지 않고 굽어진 인생도 고칠 수 없다. 하지만 여분도 배려도 없는 이 냉엄한 현실 앞에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도록 안식을 주는 믿음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며칠 째 비가 쏟아진다. 내 집은 방주이고 내 소일거리는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 일상 속에 기도가 있다.
굽은 팔을 통해 굽은 삶을 돌아보게 하시니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