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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도 충만

by 김두선


지금껏 계란을 먹으면서도 유정란ㆍ 무정란의 의미를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무공해ㆍ유기농 정도로 알고 '몸에 좀 더 좋은 것'의 차이. 그래서 가격 차이가 나는 것 정도로 여겼으니까.



유정란 ㆍ무정란이 정자와 합쳐서 알을 낳거나,

정자가 없이 알을 낳거나 하는 것에 의해 구별된다는 것. 그리고 수탉 없이도 암탉이 알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문자적으로 해독해도 알 수 있는 것인데 어쩌면 이리도 깜깜이처럼 몰랐을까. 더구나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지 않다. 그것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 책을 통해 알게 된. 이런! 나만 몰랐던 것일까. 무식도 풍년인 것 같아서 스스로 난감하기까지 하다.



갓 스물이 되었을 때인가, 혼자 기차를 타고 처음 여행을 떠날 때였다. 개찰을 하고 나면 승차권이 필요 없으려니 여기고 버려 버렸다가 하차역에서 역무원과 한바탕 입씨름을 벌이며 곤을 치른 일이 있다. 지금처럼 온라인 구매도 아니니 증명할 방법이 딱히 없었던 탓이다.



난생처음 등기를 부쳤을 때도 그러했다. 등기 우편 값이 비싼 것은 보통 우편물보다 중량이 많기 때문이라 여기고 우표를 붙인 다음, 당연히 우체통에다 넣어버렸다. 중요한 문서여서 꼭 수신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연유로 결국은 우체국으로 다시 가서 우편물을 찾아 직인을 찍기까지에는 반나절 이상을 공을 들여야 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이 정도면 무식도 충만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생각해도 충격이고 어이없어 헛웃음마저 나온다. 하긴 너무 세상을 다양하게 접하지 못하고 산 탓도 있지 않을까. 성년의 나이 후에 온실 안 화초 커듯 일정한 굴레 속에 갇혀 살아온....

학원 선생에서 학원장을 역임하면서 평생 떠받혀주는 학부모들과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만 바라보는 학생들. 그리고 교회와 집이 내가 접할 수 있는 영역의 전부였으니까.



그래서일까. 남들에게 상식인 것이 내게는 지식일 때가 허다하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겪어야 하는 필요를, 살면서 새록새록 더욱 느끼게 되는 연유이다.


야생꽃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의 품 또한 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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