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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리 됐노?

소단적치인 식 글쓰기

by 김두선

귀가 시간을 알리는 딸의 전화를 기다리다 조금씩 지쳐갔다. 도대체 시간이 몇 시야? 대상도 없는데 부화가 슬 치민다.


이 시대는 저녁을 잃었다. 어린이에서부터 청, 장년에 이르기까지, 아니 인생의 은퇴기라고 하는 노년기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마지막 잉여 노력을 다해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내 마음의 불안을, 양극화로 치닫는 지금의 시대상을 글로 풀어놓고 싶어졌다.

생각을 글로 일어서게 하기!

나는 박지원의 ‘소단적치인’을 생각했다.


글 쓰는 목적을 '장수'로 세우고 '반납'이라는 제목을 잡아 '적국'을 세웠다. 전장고사는 지나간 시대와 현시대를 '진지'로 치고 세 개의 이미지, 청년기와 유, 청소년기, 노년기를 '예'로 삼아 나팔을 불고 북을 치고 깃발을 드는 '사'를 준비했다.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주제와 글감의 통일성과 긴밀성을 고려하여 글의 흐름을 끌어갈 '횃불'을 들게 하고 초고를 마친 다음에는 ''을 생각하여 소리 내어 읽기를 거듭하였다.


한국어의 특성상 생략해도 큰 탈이 없는 주어와 조사 사용의 유무를 고민하고 문장의 길이를 생각하여 서술어를 줄이거나 늘이도록 조율했다. '함축'을 귀히 여겨야 하니 '반백의 늙은이'를 사로잡을까 하여 잡다한 말들로 늘어놓은 것이 없나 살펴서 과감히 잘라낸 다음, 또다시 읽어보니 다시 '적국'을 바꿔야겠다 싶다.


다시 읽는다. 그런데 문장의 맥이 바뀔 때마다

'그' 목소리가 와 꽂힌다.


"그래서 우쨌다고? 와 그렇노? 말이 되나?"


던져두고 다시 읽고, 읽고도 다시 읽고... 한 편의 글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포기될 뿐이라고 했던가.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읽어야지 하는데 생각 하나가 번쩍 스친다. 톡톡 튀는 신조어를 사용해서 이 시대의 이미지를 담아두어야겠다 싶다.


몇 년쯤 묵혔다 읽으면 재미있을 법한 말들이다. 이때 기승전결의 세 번째 부분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그기 와 나왔노?"

데려온 자식처럼 생뚱맞은 문단이 발견된다. 아, 앞 문단과의 조응, 주제와 문단과의 조응을 끊임없이 살펴야 하는데 놓쳤구나 싶다. 한 문단 방향 전환. 마지막으로 적국을 다시 포진한다.

'저녁의 부재'

이제는 그만 포기해야지, 노트북 창을 닫는데 목소리는 끊임없이 내게 묻는다.


"그래서 우쨌다고, 그기 와 그리 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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