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로 만난 하루

광안리 바다에서

by 김두선

광안리 바닷가를 따라 갈맷길을 걸었다.
삼십 분, 한 시간, 한 시간 반....
해거름 짙은 저녁 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든다.
집 곁에 두고서 얼마만인지.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대접받지 못하는 것처럼.


갯내음이, 끝없이 일어서며 달려오는 파도가, 갈매기 울음소리가 , 산마루에 걸린 저녁노을이 오감을 호강시킨다. 고 박완서 님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나서 감사함으로 걸었다. 마치 '일상의 기적'을 체험하듯.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코로나의 공포에 상관없이 군데군데 버스커들의 노랫소리가 바람을 타고 윙윙댄다. 질퍽한 음색에 빠져 저만치서 걸음을 멈춰 섰다. 요즘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번져 나가는 티브이 속의 트롯 열풍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국민만큼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 또 있을까. 노래를 잘하는 건 아무튼 뛰어난 자산이다.


나의 이십 대를 떠올려 본다. 별로 집히는 게 없다. 맥주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시절, 가난한 호주머니 사정에 질퍽한 막걸리 집이나 들락대며 부질없는 감상에 빠져 허덕이는 게 고작이었다. 저녁에 눈을 감으면 내일 아침 눈 뜨지 않기를 바라던 날의 연속... 나의 젊은 날은 분주했건만 내 안은 그렇게 오래도록 아팠다. 이 이유 없는 가슴앓이는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은 다음에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암처럼 치유되었지만....


생명을 산출한 책임은 무거운 게다. 그리고 아직도 풀려나지 못하는 그 빚으로 인해 나는 오늘도 바닷가를 걷고 있다. 그리고 걸음의 시작은 무거웠는데 지금 이 순간, 보이는 바다 풍광에 그저 빠져들기도 하는...

조금은 헐거운 내가 그래서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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