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만큼 반기는 사람이 또 있을까
오후 한시 반에서 여섯시 반.
일하는 시간.
집에서 열두시 오십분쯤 나가서 7시 조금 전에 들어온다.
사랑이는 현관문 소리에 벌써 반응한다.
엄마 얼굴을 보면 신나서 소리를 지르며 몸을 흔든다.
반갑다는 표시다.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이의 전부, 우주가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나를 이토록 기다리고, 또 반가워했던 적이 있었나?
이만큼 순수하고 정열정인 사랑은 또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엄마가 날 이렇게 아끼고 반기고 사랑스러워해주었겠지?
사랑인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한다.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잘 논다.
그래도 한 공간에 엄마가 있으면 모두 2순위가 된다.
요즘 사랑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오전 3시간, 저녁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큰데
사랑인 한결같이 엄마바라기다.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일하면서 짬이 날 때마다 홈캠으로 우리 아가가 뭘 하고 있는지 보는데
순간이동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인데
파트타임이라고 해도 여섯시간 넘게 아기와 떨어져 있는 게 잘 하는 걸까? 후회하진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요즘이다.
누군가는 36개월동안은 일 할 생각을 아예 단념했다던데,
13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는 어디에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이 시기엔 일보다 차라리 '가난'을 택하라고 한 달 전쯤 육아서에서 읽은 조언이 머리에 아른거린다.
10년도 더 전에 베스트셀러였던 책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만(사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저자가 체벌을 적극 찬성한다는 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바른 애착 형성, 사랑을 무한정 먹이는 시간이 지금 이 시기니까
경제적으로 부족하더라도 그 편이 낫다는 거겠지.
둘 째 계획을 하고 있어서 둘째 출산+육아하면서 3년은 일 할 생각을 접었다.
큰 돈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지금 이 일자리를 놓지 못하는 걸까.
정답이 없는 육아,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인 엄마라는 존재앞에서 덧셈뺄셈 같은 거 하나도 모르고
무조건 좋아 좋아, 엄마 바라긴데
엄마인 나는 왜 이렇게 이것저것 생각이 많을까.
사랑이가 1순위인 건 나도 마찬가진데.
어렵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