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강희영의 독창회가 지난 11월14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있었다.
강희영은 러시아 모스코바 정통 유학파로 차이콥스키 음악원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자르브뤼켄 주립극장 오페라 합창단원을 역임 하였다. 귀국 후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부산시립교향악단 송년음악회 베토벤 No.9 ‘합창 교향곡’ 솔리스트로, 부산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규모가 있고 굵직한 무대에서 활약하였다. 또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는 희소성 있는 성부로 음악인들과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받는 성종(聲種)이기도 하며, 과장되지 않고 꾸밈없는 진솔한 목소리에 가사의 전달력과 간결한 해석은 강희영 만의 매력과 장점이기도 하다. 피아노를 연주한 서혜리 교수는 동아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피아니스트로서 개인의 뛰어난 독주 실력은 말할 것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실내악 무대에서, 성악가와의 호흡에 있어서도 탁월한 앙상블 능력을 보이며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희영씨는 지난 2022년 러시아 문학 거장의 시를 음악으로 탄생시킨 러시아 로망스로 독창회를 가져 지역 음악계의 큰 관심을 끌었던 메조소프라노 강희영의 이번 독창회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주요 예술가곡 영역권의 레퍼토리를 다루었다.
첫 무대에서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의 7곡의 스페인 민요 중 세곡을 발췌하여 선보였다. 민요가 투영된 향토색 짙은 피아노의 민첩한 리듬에 사투리가 가미된 파야 특유의 판타지를 신비롭고 자유롭게 구사하여 줬다.
프랑스 감성 충만한 예술성 높은 노래로 가곡의 정수를 보여 주는 가브리엘 포레(Gabriel Urbain Fauré)의 사랑의 감정이 넘치는 세곡의 노래를 불렀다. ‘사랑한 후에 (Rêve d'amour)’,‘자장가 (Les berceaux)’, ‘사랑의 노래(Chanson d’amour)’는 이번 독창회 부제이기도 한 사랑의 노래들로 이별 후 그리움과 다가올 이별을 슬퍼하는 여인의 심정을, 사랑의 열정이 녹아든 감성을 두 사람의 연주를 통해 프랑스 레퍼토리에서 강조되는 특히 포레의 피아노에 대한 섬세한 음색의 요구와 미묘한 언어의 묘미를 잘 표현하여 부드럽고 활력 넘치는 음악을 보여줬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두 개의 가곡(Zwei Gesange /Two Songs, Op. 91)은 독일의 낭만주의 정서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곡으로 비올리스트 박지수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오블리가토와 안정되고 온화한 저 음역 포지션의 강희영이 조화를 이뤄 고요한 정서를 느끼게 했다. 독창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와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ievich Rachmaninoff)의 러시아 로망스는 이 연주회의 백미 중에 백미였다. 잔잔하면서도 열정적인 차이콥스키의 선율에 어우러지는 피아노의 적극적인 음향, 서정적이면서 고조된 가사에 러시아의 피아니즘을 더한 폭풍 같은 사랑노래들은 역시 광활한 러시아의 정서와 깊이 있는 문학적 해석, 긴장감 넘치는 비르투오조적인 피아노의 처리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성악가에게 언어의 장벽은 해결해야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다. 강희영은 그런 점에서 모든 레퍼토리에 있어 정확한 딕션과 고유의 뉘앙스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능력을 가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라는 러시아의 능숙한 사색과 매력을 발산한 것은 그만의 고유의 능력이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섭렵 한데 있어서는 가창자가 감정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와 템포, 음색 등으로 균형미 갖춘 피아니스트 서혜리 교수와의 완벽한 호흡에서도 그 이유를 들 수 있다. 예술의 역량을 내적 감각에서 끌어내어 감성과 공감의 앙상블로 늦가을 낭만의 우수를 충만히 느끼게 한 강희영의 독창회는 진정 완성도가 높은 음악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