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by 선아키


vzes6n9s8ec1jo5nvzx0.jpg



또 한 번의 명절이 지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이제 2년이 되었다.


할머니의 묘에선 할아버지와 당신의 아들과 딸들이 모두 절을 하고 묘를 향해 말을 건다.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왔다고, 얼른 드시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것이 언제나 의아했다. 어떻게 다들 거대한 돌무덤을 사람 대하듯 할 수 있는지.


아빠는 때때로 묻는다. 묘에 할머니를 보러 가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나는 대답한다. 할머니는 거기에 안 계시다고. 할머니는 우리 기억 속에 있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정말 할머니를 기록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할머니의 모든 기억과 감정을 데이터화 해서 저장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데이터를 우리 눈앞에 정말 사람처럼 구현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할머니일까, 아닐까. 이러한 상상에 뚜렷한 결론을 내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할머니를 보러 가는 당신의 자식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라도 엄마와 아빠의 죽음 뒤에 그들의 홀로그램을 찾아갈 테니까.



김초엽의 소설 중 <관내분실>에서 주인공은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어 있는 엄마를 찾으러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죽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두 저장해 놓는 데이터베이스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데이터에 걸려 있던 인덱스가 삭제되어 엄마가 관내분실 되어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오직 데이터인 것처럼 다루지만, 더 이상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을 꺼내놓는 상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화 된 엄마를 만나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꺼내야 할까. 생각만으로 먹먹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들에서는 모두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상 사람을 배경으로 한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완벽한 거짓의 세계와 불완전한 진실의 세계 사이에서의 갈등을, 영혼은 기록을 통해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사람의 선의는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고찰을, 감정을 물질화하여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영웅으로 여겼던 사람의 이면을 마주 봐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냈다. 미래에도 우리는 계속 방황하고, 괴로움은 멈추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찾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일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해도 우리는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