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
이곳을 우리는 정세랑 월드라고 한다. 깃털과 같이 가볍고 간지러운 상상이 현실의 우리를 품고 감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파괴해야 한다고 소리치지 않아도,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을 구해내기 위해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금하고 육식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이기심과 폭력성을 억제하기 위한 제약과 규칙을 내놓지 않아도,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느낀다. 선한 눈과 다정한 손길로 세상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정세랑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각각의 단편들 속 세계는 미래의 어느 시점이기도 하고, 지구 밖 다른 행성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가 사는 곳의 모습을 많이 닮아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하늘을 날거나 순간이동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세상을 바꾼다. 마치 그것이 아주 작은 능력만 있어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많은 종족의 멸종이 있고 죽음이 있어도, 끝내는 살아있는 생명끼리 아끼고 존중하며 서로를 돕는다. 이야기의 틈 속에서 희망도 언뜻 비춰준다. 따뜻하고 다정한 소설들이다.
다른 책들에선 알아듣지 못할 작가의 말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은데, <목소리를 드릴게요>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읽으며 꽤 많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들을 내었는지,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또 소설 속 어떤 부분을 중요하다 여기는지. 아마도 누군가는 작가를 신비주의 속에 내버려 둔 채 소설로만 독자와 교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세랑 작가의 직접적이고 솔직한 말들이 소설만큼이나 정말 좋다. 그래서 아마 소설가로서는 드물게도 많은 팬덤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팬클럽에 생기면 가입할 것 같다. 에세이를 써주시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