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
재밌게 잘 읽다가, 별안간 책을 덮을 때가 있다. 정의되지 않은 어떤 감정이 올라왔는데, 그것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을 때다.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그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어서. 무루 님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책을 읽을 때 그랬다.
한 편을 읽고 나면, 어김없이 책을 덮었다. 그리고선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며 무르팍을 깨 먹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혼자 있는 것이 괴롭지 않고 편했던 어린이 김선아의 비어 있는 옆자리를 기억하게 됐고, 말 많은 우리의 고양이들이 보고 싶기도 했다. 무루 님의 글자들은 책을 넘어서 내 일상으로, 추억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행간에는 따사롭고 느긋한 햇살 같은 공간이 존재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생각보다 오래 읽게 됐다. 띄엄띄엄 며칠에 한 번씩 읽으며 지냈더니, 가방 속에서 책은 때도 많이 타고 모서리 부분도 이리저리 구겨졌다. 갑자기 책이 제목처럼 할머니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눈이 온 겨울의 어느 날 따뜻한 난로를 다리 옆에 두고, 부드러운 담요를 덮고, 폭신한 베개를 등에 받친 채 시원한 귤을 까먹다가 아주 오랜만에 마쉬멜로우가 올라간 핫초코를 마시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꼭꼭 단어 하나하나를 눈에 담아 가며 읽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충동적으로 펜을 꺼내 책 뒤편 속지에 몇 자 적었다.
나는 세상의 편견과 편협한 잣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끝까지 대화를 즐거이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