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Apr 04. 2022

눈썹을 들어 올리거나, 입꼬리를 잔뜩 내리거나

<표정>

내 친구 빔은 표정으로 많은 감정을 드러낸다. 드러난다고 말해야 할 때도 있다. 그야 나는 빔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자세히 관찰하려고 하기 때문에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을 때도 타인에게 감정을 들킨다는 것을 보아 객관적으로 표정으로 많은 말을 건네긴 하는 모양이다.


얼굴의 어떤 면이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지 1:1로 매칭 하여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빔의 눈동자엔 언제나 감정이 넘실댄다. 빔이 기분이 좋아 웃을 때면 눈꼬리를 내리면서 웃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꼭 만화 캐릭터 같아 그런 얼굴 표정을 보면 나도 웃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빔의 웃음은 좀 행복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표정이란 주제로 이 글을 함께 쓰고 있는 붑은 눈썹으로 말을 한다. 아마도 내 주위 사람들 중 가장 활발히 눈썹의 고저차를 활용한 소통을 하는 사람은 역시 붑이리라 생각한다. 특히 놀라거나 억울할 때면 八자 모양 눈썹이 만들어져, 다른 친구들과 붑의 눈썹을 보며 신기해하며 깔깔 웃었다. 붑은 리액션이 정말 풍부한 사람 중 하나인데, 그것의 팔 할은 팔자 눈썹에서 오고 있지 않나 얼토당토 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반면 나의 표정 중 인상 깊은 부분은 입꼬리인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입꼬리가 한도 끝도 없이 내려간다는 것이 포인트다. 요새는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아무도 내 사진을 찍지 않지만, 어렸을 적 속상한 일이 있거나 울먹일 때 찍힌 사진들을 보면 너무나 확연하다. 아마 웃겨서 사진을 찍었을 가족들은 나의 입꼬리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미간을 잔뜩 모으고, 입꼬리가 사정없이 내려가 있다면 확실히 무언가가 단단히 마음에 안 들었다는 뜻이다.




얼마 전,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신랑과 신부를 제외하면 모든 친구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대학교 친구들과 어깨를 맞대며 종종걸음으로 사진 대열을 맞추며 우리는 계속 사진작가님 모르게 낄낄 댔다. 계속 되지도 않는 농담을 던지며 작게 수다를 떨었다. 마스크가 우리의 표정을 모두 가려주기 때문에 눈만 감지 않으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을 알아보기 위해 몇 초간 더 상대방을 바라봐야 했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길이 없었다. 눈과 눈썹만이 유일한 창구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아마 각자의 얼굴의 특징들을 모두 사용해 많은 표정들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을 텐데, 그들이 짓던 옛 표정을 기억해 내며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갑지 않은 약속을 잡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