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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May 08. 2023

색에 대한 짧은 얘기

<색>

1 연두색이 가장 예쁜 계절


화분에 새 이파리가 잔뜩 자라났다. 얘네들은 도대체 봄인 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식물들은 소리 없이 자라나니 더 신기하고 어여쁘다. 아니, 사실은 내가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를 내며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사이에 불쑥 자라난 줄기와 이파리들은 새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을 지녔다. 연두색이라는 말로는 미처 부족하고 마치 그 안에 빛이 머물고 있는 것처럼, 왠지 빛나고 있다.


갈색의 짙은 가지만이 보이던 산들도 하나둘씩 옷을 입기 시작했다. 3월과 4월에는 갈색에서 점점 노랗고 연둣빛을 띄는 이파리들이 섞여 보이기 시작하더니, 5월이 되니까 전체적인 녹색의 옷을 입고선 부분 부분 새로 자라난 잎 덕분에 연두색의 무늬가 생겼다. 여름이 되어 무성해지는 나무들의 실루엣보다 봄에 삐쭉삐쭉 솟아난 초록 가지들이 더 귀여운 것은 왜일까. 힘껏 자라나고 있는 연두색의 생명들을 내가 응원하고 싶어지는 탓일까.




2 프로는 화려한 색상의 수영복을 입는다


수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들어가던 겨울이었다. 집에 있던 검은색 수영복을 찾아 입었다. 화려한 무늬에 반짝이기까지 하는 다른 수영복들은 창피했고, 부끄러웠기 때문에 무난한 검은색 수영복이 마음 편했다. 수영장에 들어서며 멋쩍어하는 나에게 그 당시 수영 선생님은 수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화려한 수영복 쪽으로 넘어가리라고 호언장담했다. 다 그쪽으로 레벨 업 한다면서.


내가 화려한 수영복을 입게 되기 전에 코로나가 왔고, 수영장을 한동안 다닐 수가 없어서 레벨 업은 하지 못했다. 2022년에야 나는 다시 수영을 시작했고, 벌써 수영을 다닌 지 1년이 되었다. 그 사이 나는 프리다이빙도 시작했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일까. 요 며칠 내 인스타그램 광고엔 수영복만 나온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수영복 브랜드들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영복 광고가 피드에 뜨면 나도 모르게 하나 둘 넘긴다. 노랗고 빨간 각종 색깔의 수영복 이미지를 보면서 푸른빛이 어른거리는 물속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상상한다. 물속에서 여러 빛깔의 쨍한 색상들이 그렇게 예쁜 줄,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수영을 오래 한 사람들은 물속 세상을 먼저 알았기 때문에 화려한 색상의 수영복을 입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열대어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색상의 비늘을 입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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