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Oct 30. 2016

매일 아침 회의를 하기로 했다

개소 8주 차 건축사사무소 이야기

지금 다니고 있는 나의 직장, 소수 건축사사무소(이하 소수)는 3월 15일에 개소 현재 총 5명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작은 규모의 건축사사무소다. 물론 설계사무소 중에서는 혼자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부부끼리 둘이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5명이면 그래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고 하겠다. 흔히 아뜰리에(atelier)라고 부르는 곳이다.


*아뜰리에 : 화가, 조각가, 공예가, 건축가, 사진가 등의 작업장을 일컫는 말. 화가에게는 화실, 공예가에게는 공방, 사진가에게는 스튜디오 등으로 불리며 보통 소규모의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2016년 3월에 개소했다. '소수'라는 이름으로 회사가 생겼다. 내가 입사하기 일주일 정도 전의 일이었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아 같은 회사이니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 설립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며 보통 기술, 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지칭한다. 여기서는 신생 회사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아뜰리에이고, 스타트업이기까지 한 회사니 나도 정직원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도 처음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모든 것이 처음이다. 업무를 어떻게 나누고, 휴가를 어떻게 가고, 회사 비품은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겪어보지 않았으니 직접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서로 말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어느덧 소수에서는 프로젝트가 동시에 여러 개 진행되기 시작했다. 처음 계약을 맺은 건물이 이제 땅 위에 지어지고 있었고, 디자인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 프로젝트는 도면을 완성하고, 시공사를 정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또 여러 프로젝트들이 검토 단계에 있었다.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다세대주택, 오피스텔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니 소수의 다섯 명은 조금씩 정신이 없어졌다. 무슨 말인가하면,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 한 눈에 읽히지 않았다. 회사가 작으니, 담당자가 뚜렷하게 나뉘지 않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일은 소장님에게 집중되었다. 결정권자에게 모든 업무가 쏟아져 내렸다. 모든 사람들이 시계 태엽이 물리듯 시너지를 일으키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태엽만 혼자 열심히 돌고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조금 답답해진다. 나에 대한 답답함이다. 아는 것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 모르는 단어가 공중에서 날아다니는데, 나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네이버에 검색해 본다. 매지가 뭔지, 갈바는 무엇인지, 빡치기는 뭐고, 영롱쌓기는 뭐고, 치장쌓기는 뭔지. 각종 법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어떤 법이 어떤 효력을 발휘하는지. 단열재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벽지는 벽에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타일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네이버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도 많지만, 나오는 것들도 있다. 네이버에 검색하는 것이 조금 한심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이제 학교에서처럼 나를 앉혀놓고 강의를 해주지 않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있는데, 해낼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모든 회사에서 경력자들을 찾는다.


하여간 일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자 소장님은 바빠지고 힘들어졌고, 일은 나뉘어야 했다. 나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공유가 필요했다.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서 작업하는 소수의 직원들은 언제나 필요할 때마다 한 사람의 컴퓨터 앞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러니 빠뜨리는 내용이 생겼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른 사람이 뭘 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경마장의 말들처럼, 자신의 코앞에 닥친 일말고는 보이지 않는 기분.



회사에서는 매일 아침 회의를 하기로 했다. 출근해서 커피를 내리면, 회의 테이블에 모두 같이 모여 앉아서 잠깐 몇 분의 시간이라도 모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의 업무는 무엇인지, 어떤 프로젝트가 어떤 단계에 머물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어찌보면 매일 아침의 회의는 너무 잦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주간 회의로 충분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 같이 모이는 연습은 중요하다. 게다가 요 근래에는 공사 현장에서 많은 일들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눈 깜빡할 사이에 벽이 들어서고, 하루 아침에 계단이 생긴다. 그래서 현장의 공정을 공유하는 것은 매일이어야 한다.


매일 아침 회의를 하기로 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열흘 정도 된 것 같다. 열 번의 아침 동안 회의하는 것에 대부분 성공했지만, 실패한 날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모여서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뭔지 말하고, 다른 일들의 진행상황을 들으면 좀 더 계획을 세우게 된다. 다음의 할 일이 보이고, 전체의 큰 그림을 보게 된다. 그룹의 리더가 꼭 아니더라도, 큰 그림은 개개인이 모두 다 그려야 한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잦아져야 그 큰 그림이 하나로 수렴된다.





나는 '소통'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의 거부감이 있다. 'communication'에는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소통'이라는 단어는 인스타그램 덕분에 관심 받고 싶어서 쓰는 단어 같다. 소통하자는 말이 '나를 봐주세요'로 들린다. 해쉬태그가 그렇게 만들었다. #소통 #맞팔 #선팔 등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할 회사를 선택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