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Nov 26. 2016

대문에 걸린 김에 밝히는 씀의 이유

읽을 만한 글을 쓴다는 것

지지지난 주 이야기인데, 이제야 글로 쓴다. 변명이지만, 그 이후로 갑자기 바빠졌었다.




어느 수요일, 보통 때와 같이 출근해서 오전 업무를 보고 있는데 남자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브런치 메인에 너의 글이 있어!"

"뭐?"


브런치에 접속해 보았다. 제목보다도 사진이 먼저 보였다. 최인아 책방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의 익숙한 색감과 구도가 눈에 들어왔다. 앗, 내 사진! 금방 알아봤다. 사진은 찍고 난 이후에도 자꾸 들여다보다가 그 그림 자체가 외워진다. 한눈에 많은 사진 속에서 내 사진만 쏙쏙 골라낼 수 있다.



기념하기 위해 얼른 캡쳐



아직은 누군가에게 보여준다기보다 연습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글쓰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니, 처음 들었던 감정은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이었다. 습작 정도로 기록하고 있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니 왠지 낯 뜨거워졌다. 읽힐만한 글인가 다시 한번 들어가서 3번 정도 다시 정독했었던 것 같다.



사실 네이버에선 블로그를 운영한지는 이미 4, 5년 정도가 되었다. 운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내가 찍는 사진들과 마무리되는 설계 프로젝트들을 모아두는 아카이브 정도로 썼었다. 누구에게 보여줄 용도가 아니었고,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때때로 생각을 몇 자 적어 넣기도 하였지만, 오로지 혼잣말에 불과했다. 맛집 리뷰 같은 것은 적지 않았고, 전시/책/영화 리뷰도 몇 자 적다가 포기해버렸다. 좋은 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널리 알리는 것보다는 혼자 조용히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성격 탓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 누구도 관심을 갖고 내 블로그로 찾아오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이후 나는 네이버 블로그의 디자인적 한계에 회의를 느끼고 직접 웹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그 이후 네이버 블로그는 얼마 전까지 방치되고 있었다.


그러다 회사에 입사 후에 브런치를 알게 되고, 여러 고민 끝에 글을 본격적으로 써보기로 했다. 나만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쓰기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01 사람들에게 건축이란 것을 조금 더 쉽게 하기 위하여


건축은 어렵다. 5년 동안 전공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나와서 실무를 시작한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니, 일반 사람들은 건축 안에서 살고는 있지만 각종 건축 용어와 해설과 역사에 대해서 접근하기가 어지간히 어려울 터였다.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물들만 눈에 익히고, 설계사무실로 찾아와 옆집 같은 건물을 나도 좀 지어달라 요구한다. 옆집, 앞집, 건너편 집 같은 집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건축주들을 마주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갑'인 건축주 앞에서 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냐 하면,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좋은 것을 충분히 맛보고 즐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건축은 문화다. 문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하다. 책도 그러하고, 영화도 그러하고, 전시도 그러하다. 처음엔 무엇이 재미있는 것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많이 접하다 보면 비교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문화도 배우는 것이라서, 다양한 영화를 많이 보고  책을 믾이 읽으면 어떤 영화가 좋고, 어떤 책이 감명 깊은지 구분해낼 수 있게 된다. 건축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그런데 아직까지 일반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건축을 접하지 못해서, 건축을 보고 읽고 감탄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파트가 제일 많고, 요새는 천편일률적인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동네를 장악하고 있다. 좋은 건축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요새 가장 사랑받는 대중문화 중의 하나는 영화일 텐데, 우리는 좋은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집에서 조금 멀더라도 가장 좋은 영화관은 어디인지 검색하고, 그중에서도 좋은 자리를 택하려고 노력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개봉하기 전부터 개봉 날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좋은 문화를 누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만약 사람들이 건축이라는 문화를 많이 접하고 배운다면, 영화처럼 건축 또한 즐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좋은 공간을 찾아가고, 그 공간을 즐기고 사진 몇 장 찍는 정도는 어렵지 않으니까. 실제로 요새 인스타그램 덕분에 좋은 공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은 것 같다. 점점 그렇게 건축을 쉽게,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면, 적어도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고 옆집 사진을 들고 오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나는 좋은 건축을 하고 싶다. 좋은 공간을 설계해서 선물하고 싶고, 건축주들이 그런 공간에서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나의 보람이 될 것이다. 그런데 건축가라는 직업이 혼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 있지 않다. 건축주도 좋은 공간을 원하고 있어야 하고, 시공사도 좋은 공간을 짓기 위해 노력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건축에 대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건축용어와 해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종 어려운 이론들은 일반 사람들이 건축계에 발을 디딛게 하지 못하기 위해서 쌓는 장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최대한 쉽게, 사진과 함께 건축을 글로 소개해 나가는 일을 시작한 이유다. 딱 2년 목표로 해서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남의 돈을 가지고 예술한다고 건축가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댓글로 비난받고 있다. 과한 설계로 인해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하게 되었다고 불만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좋은 건축가라면 제한된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설계안을 제시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얼마나 비싼 외장재를 붙이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맞는 공간을 그려내는 것이다.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서 맡기면 엄청 비싼 집이 되리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서 건물에 투자할 수 있게 될 때가 많다.




02 활자로써 건축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지금껏 건축은 이미지였다. 사진이었고, 그래픽이었고, 도면이었다. 이미지로써 표현되는 건물들은 사실을 담아내고, 정보를 보여줬지만 어쩐지 약간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들이 그 공간 안에 들어갔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이미지 안에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건축은 팩트 폭력의 비문학이었는데, 나는 조금 더 건축이 문학적 요소를 갖추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지가 아닌 다른 표현 수단으로 건축이 그려져야 하는데, 그것은 역시 글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글을 읽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감동을 느끼곤 하니까. 건축에 관한 글을 이곳저곳에서 많이 접해서 읽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글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조금 아쉽다.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그것을 위한 연습이고 과정이다. 최종적으로는 내가 설계한 건축에 대해, 글만 읽고도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공간이라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인데, 사람의 감정과 느낌이 담긴 표현방식으로 건축이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 메인에 걸리고 나니, 구독자 수가 꽤 많이 늘었다. 그 사람들이 내 글을 받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단어 하나도 조금 더 조심스레 고르게 된다.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회의를 하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