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아닌 아직!
좌절이란 박스에 갇혀 길을 잃어버린 너를 위한 간절한 응원!
"방치한 아이!
지금 이대로면, 인서울이 아니라 전국 4년제, 전문대도 갈 확률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학원에서 학부모의 공포심을 조장하며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전적이 많다.
직장에 올인하다가 아이 한글 가르치는 시기를 놓쳤던 때가 기억이 났다. 아이는 초등입학하고 선행을 한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격차를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철이 조금 든 5-6학년때는 나를 무지 원망했다.
"엄마, 왜 한글도 안 가르치고 학교를 보냈어요?"
무지해서 그랬다. 알아서 다 하는 줄 알았다..
사실, 관심이 크지 않았다.
현실자각의 타임
직장맘으로 나는 업무와 팀 운영에 늘 우선순위를 두어 왔다.
아이는 직장 동료처럼 대화만 잘해도 스스로 자각하고 스스로 고민해서 잘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마음먹고 끼고 앉아서 하면 단시간 내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오만했고, 교육에 대해 무지했고,
말로는 내뱉은 적이 없지만, 교육에 열성인 엄마들을 극성이라고 폄하했다.
그 오만과 무지로 인해 내 아이는 한참을 뒤쳐진 아이가 되었다.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내 아이의 상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결과에 상관없이 부모로서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가 첫 중간고사를 보고 결과가 발표되는 날. 아이는
'기말 때는 이거보다는 괜찮을 거 같아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리 쉽지 않고 차이는 더 벌어지리라는 것을.....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가 좌절하지 않고 해맑고 긍정적 마음을 다 잡고 있어서... 좌절보다는 꿈꾸는 상태가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도한 순간 아이가 무심코 내뱉은 말!
"엄마, 난 어쩜 미래가 없을지도요..."
아이도 알고 있었다. 자기의 상태를!
마음이 '쿵'했다.
가볍게 '공부 잘하는 거 아무것도 아냐'.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니 다른 재능을 키우면 되지'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보는 현실을 뼈 아프게 이야기해 주기엔
아직 사고의 틀이 미성숙하여 피드백에 대한 소화능력이 없는 아이가 좌절만 하게 될 거 같아 두려웠다.
"사실, 세상이 만만치 않아.
그리고 사람들은 너의 가치를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고 기준을 갖기 어려울지 몰라. 그래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학력이 그렇게 중요한 건지 몰라.
네가 원하는 삶을 살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과정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 엄마가 보는 너는 참 좋은 아이란다. 참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아이란다. 그리고 네 친구들도.."
스스로를 너무 좋아했던 아이였는데....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 자신을 참 좋다고 했다.
"엄마, 나는 내가 참 좋아, 잘생기지 않았어도 생긴 것도 마음에 들고 정말 내가 참 좋아"
나 자신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던 내게는 너무 신기한 이야기였다. 스스로가 너무 좋다니... 그런데 너무 안심이 되었다. 자기를 좋아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가...
그 이후로 가끔 아이에게 "아직도 네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긍정"을 표하면 안심했다. 마치 내게는 그 질문에 대한 아이의 답변이 아이가 어떤 상태인 건지 점검할 수 있는 One question, 즉 바로미터였던 거 같다.
그러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자기를 좋아하기 어렵다고 한다.
불안했다. 좌절하고 자책하면서 살까 봐. 그렇다고 오야 오야 하는 것이 답도 아닐 거 같았다.
성장하고 있기에
'실패'가 아닌 '아직'인 거야.
" 난 네가 지금처럼 너 스스로를 계속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나 너 자신도 게으르고 나태한 너를 좋아하지 않아. 너 자신도 노력하는 너를, 도전하고 극복하는 너를, 그리고 성장하는 너를 좋아할거야"
'"엄마는 그게 두려워 가끔 네게 잔소리를 한 거 같아.
너를 상처 입히려는 마음은 없었단다"
"지금의 상태로는 어떤 길도 안 보이는 게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멈추지 않는다면 지금의 암울한 상태는 '실패'가 아닌, 네가 원하는 길로 가는데 '아직'의 상태일 수 있어"
나는 아이를 꼭 감싸 안았다.
보통 때라면 접촉만 해도 질겁하는 사춘기 우리 아이가
내 품에 안겨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