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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한 제제 May 31. 2023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진 날(2)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혼자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누구나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진다.

자기만의 암묵지, 깊은 내공이 필요하다.


회사 선임으로, 양육자로써, 그리고 또 커리어 상 스킬셋을 강화하면서 미미한 경험과 능력에 우쭐대며 우리는 누구나 더닝-크루거가 말한 '우매함의 봉우리(무지로 점철되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진 사람과 일하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나도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져 종종 꼰대가 되었었다. 그리고 그 극치의 정점에서 인간관계에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갈등의 원인을 '너'로 단정했었다. 그러나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할 진실은 갈등의 주범이자 해결안을 모색해야 할 주체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장 내에서 팀원이나 가족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내가 이뤄야 할 궁극의 가치는 어떤 동료가 주어지던지, 어떤 가족에게 태어났던지 끝까지 책임지고 풀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힘든 인간관계를 한 단계, 한 단계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질 때마다 스스로의 상태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내가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지지 않고 내게 주어진 가족과 동료의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했다면, 나는 나와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어떻게 합의를 만들어 갈 것인지만 고민했어야 했다.  


셍각해보니, 어려운 순간에도 도망가지 않고 성과를 낸 사람들은 스킬셋에 기반한 star player가 아니었다. 자기만의 암묵지를 가지고 깊은 인내심을 발휘한 성숙한 내공의 소유자들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강점을 지닌다. 평범한 일상 속 반복된 업무를 하는 사람일지라도 태도에 따라 내공이 다르다. 어떤 일이 주어지던지 충분한 성실성으로 그 일을 묵묵히 해 낸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암묵지가 있다. 그 암묵지와 함께 해 보겠다는 연대의식이 결국 기적에 가까운 성취로 이끌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많은 조력자!

위로와 격려는 공감의 영역, 서늘한 조언은 성장의 자극제.


어느새 피드백도, 경청의 중요성도 잊어버린 나이지만, 나의 성장에도 많은 선배와 동료의 도움이 있었다.


밥을 굶으며 서러움을 삼켜가며 일할 때 탕비실 이모님이 다가와 입에 넣어주시던 다시마 쌈밥이 한동안 내게 위로가 되었고, '고만 포기할까'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꾸역꾸역 야근하고 있는 내게 한가득 간식을 사다주며 말없이 안아준 선배의 토닥임이 나를 키웠다. 또, 서늘하게 잘못을 야단치며 좌절감을 주었지만 결국 주어진 목표를 이뤄냈을 때 웃으며 축하해 주었던 내 사수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선임이 되어보니, 위로와 따뜻함은 공감의 영역이고, 불편함을 뛰어넘어 에너지를 써야 하는 영역은 서늘한 조언이었다.


위로와 따뜻함은 이익관계가 달라지면 변할 수도 있기에 한결같지 않다. 특히, 조직 내 역학이 변했을 때도 위로와 따뜻함이 지속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 지나치지 않고 따뜻함과 위로를 건넨 그 조력자들의 마음이 고맙다.


반면, 서늘한 조언은 늘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오랫동안 마음을 괴롭히고 불편하게 한다. 또 관계 안에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조언을 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동료들이 너무 고맙다.  그 당시에는 방어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니 그 진심이 감사하다. 이제야 이걸 깨닫다니...



원치 않아도 선임이 되고, 어른이 되고,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시간이 온다.  


나도 선임이 되고 어른이 돼서 이렇게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될 줄 몰랐다. 사실, 깜냥도 안되는데 어른인 척, 선임인 척 하니, 자꾸 사회적 역할과 내 마음 간에 부조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선임이 되는 것도, 한 사회의 어른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책임을 지는 것도,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함께 살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원치 않아도 언젠가는 앞에 서서 어린 자녀를, 후배를, 그리고 한 세대를 이끌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스스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한 성장곡선을 그려나갈 수 있길 바란다. 내적 성숙에 기반한 건강한 성장이야말로 어려운 순간에도 나를 믿는 힘을 만들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에도 주저 없이 당신의 길을 가게 할 것이란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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