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콩도 좀 먹어.”
아빠가 말하자
강낭콩이 덜덜 떨며
식탁 아래로
데구르르 굴러갔어
강낭콩을 찾아
식탁 아래로 들어가 보니
아침에 도망친 김밥당근
어제 점심에 도망친 가지나물
그저께 사라진 고사리
일주일 전 달아나 폭삭 말라버린 피망
언제 반찬이었는지도 기억 안 나는 오이까지
옹기종기 모여
벌벌벌 떨고 있었어
절대 먹지 않을게
나는 약속했어
강낭콩
김밥당근
가지나물
고사리
폭삭 말라버린 피망이
식탁 위로 뛰어 올랐어
식탁이 너무 높아 머뭇거리던 오이는
내가 살며시 들어서
식탁 위에 놓아주었지
그러자
“오이다아아!”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식탁 아래로
아빠가
숨어들었어
바들바들 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