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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Sep 24. 2016

꽃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다

[7호] 우리 가게를 소개합니다 | 신정화 · DK

  놀고 싶었다. 마냥, 계속, 그렇게. 그런데 또 혼자 놀기는 싫었다. 함께 놀 친구를 찾았고, 플로리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났다. 함께 놀다보니 재밌었다. 계속 새로운 놀이를 찾으며 함께 놀다가, 또 알아서 각자의 놀이를 찾았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놀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놀이에만 집중 할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했다. 동네 어귀 익숙한 길 냄새가 나는 곳, 어슬렁어슬렁 뒤쳐지지 않는 곳, 뛰지 않고 걷기만 하는 고양이가 있는 곳. 서울을 한 바퀴 돌고나니 성북동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람 사는 동네 같아 좋았다.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시끄러운 곳. 여기서 두 번째 놀이터를 열었다. 플로리스트 ‘정화’는 꽃으로 놀았고, 일러스트레이터 ‘DK’는 그림으로 놀았다.


  놀이터의 이름은 ‘CHOCOLATE COSMOS’이다. ‘초콜릿 코스모스’는 코스모스의 종류로 초콜릿 향이 나는 꽃이다. 즉, 초콜릿 집이 아닌 꽃집이다. 평범한 일상에 꽃은 이벤트고 특별함이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선택한 이름이다. ‘DK PLAYGROUND’는 말 그대로 ‘DK’의 놀이터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로 이용 중이다. 일은 지치고 지겹지만 놀이는 지치지도 지겹지도 않으니까 하루하루 놀이하는 것처럼 살고 싶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CHOCOLATE COSMOS’와 ‘DK PLAYGROUND’는 이렇게 한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DK PLAYGROUND, DK(왼쪽) / CHOCOLATE COSMOS, 신정화 대표(오른쪽)


  ‘정화’는 꽃으로 놀았다. 꽃을 다듬고, 식물도 직접 심는 등 꽃놀이를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예쁜 꽃들을 예쁘게 다듬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새벽시장을 즐겨야 하고, 수천 종류의 꽃 중 어울리는 꽃을 골라야한다. 살아있는 생물이다 보니 아가를 보살피듯 보다듬어 주어야 한다. 시들지 않도록, 또 심심하지 않도록 보살피고 말도 걸어준다.


  ‘DK’는 그림으로 놀았다.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놀이터 안쪽에 자리 잡았다. 가끔 나의 꽃놀이에 동참하기도 하고, 꽃 사진도 찍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하루 중 대부분을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줄 생각을 하며 두근거려한다.


  그렇게 놀다보니 우리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슥슥 거닐다 이쁘다며 들르는 친구, 힘들고 지칠 때 꽃이 보고 싶어 찾는 친구, 직접 만지고 또 만들어 보고 싶어 오는 친구, 한국에 들렀다가 2년만에 다시 찾아오는 홍콩 친구... 꽃이 필요해서, 그림이 필요해서 찾아오는 친구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꽃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친구들과 노는 놀이이다. 친구들이 더 많아질수록 놀이는 즐거워진다. 꽃이 이쁘다는 말이나 그림 잘 그렸다는 칭찬도 좋다. 꽃과 그림을 보고 하루가, 아니 잠시 그 순간이 즐거워졌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한 사람의 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CHOCOLATE COSMOS 내부


  친구들이 계속 찾아 올 수 있도록 재밌는 놀이들로 이곳을 가득 채울 생각이다. 언제든 놀이가 필요한 사람이 올 수 있도록.




신정화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10년 간 회사생활을 하며 열심히 딴 짓을 했다. 그림, 도자기 등 이것저것 호기심 있는 것들을 접하는 중에 ‘꽃’을 만났고, 본격적으로 꽃을 만들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였다. DK와 의기투합하여 ‘CHOCOLATE COSMOS’라는 꽃집 브랜드를 만들었다.


DK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그려왔던 그림이 좋아서 디자인 회사에 다녔고, 창업도 해봤다. 그러던 중 정화를 만나 함께 꽃집 브랜딩을 하고 일러스트 작업실인 ‘DK PLAYGROUND’를 만들었다.




성북동천은 성북동 주민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법인·단체, 비영리조직, 전문가 및 예술인들이 모여 설립한 주민 공동체로, 성북동에서 마을잡지 발간, 마을탐방 진행, 교육·문화 프로그램 기획, 지역 내 공론의 장 마련 등 마을공동체 형성과 주민간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는 성북동천 내 마을잡지 편집위원회가 발행하는 마을잡지이며, 7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 주민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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