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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Feb 19. 2018

성북동의 역사와 문화와
사람들을 품고 사는 지역 활동가

[6호] 성북동의 이 사람(김황용 님)|정리 김현주·오예주

  성북동이 서울역사문화지구로 선정되고, 근현대의 역사문화 공간들이 알려지면서 마을주민들은 동네를 잘 보존하고 가꾸기 위한 서로의 소통이 필요해졌습니다. 성북동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산지 어언 35년이 되셨다는 성북동지킴이 김황용 성북동자치위원장님을 찾아 인터뷰를 청해 봅니다.




- 안녕하세요! 성북동을 잘 보존하고 가꾸고자 지역봉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성북동 지킴이 성북동자치위원장님을 뵙고 성북동 살이와 마을을 위해서 하시는 일들을 듣고 싶어서 찾아뵈었습니다. 먼저,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봉사활동은 당연한 것인데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조금 민망합니다. 저는 현재 두 번째 성북동자치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내 역할을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지역봉사를 하고 있습니다.(자치위원장 임기는 2년이며, 7기와 8기 위원장직을 맡고 있음). 성북동에 둥지를 튼 지가 벌써 35년이 되었네요. 마을 활동을 할 때마다 지역봉사의 즐거움과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현재 집사람과 식생활 해결을 위해 조그만 밥집도 운영하고 있고요(웃음).



- 성북동의 보물 중 하나인 길상사가 예전에는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이었다고 하는데 위원장님이 그곳의 총지배인으로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길상사는 원래 권력자들, 대기업자들이 연회를 하던 고급음식점의 형태를 한 고급요정이었습니다. 당시 지주이던 김영한(법명 길상화)씨는 자주 나오지는 않았고, 이경자 사장이 운영을 했었죠. 1980년도부터 1997년 폐점을 할 때까지 총지배인으로 일을 했고 당시 총지배인이 나 외에 몇 명 더 있었으며, 직원이 150여명이나 되었었죠. 성북동의 사회경제활동은 대원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어요. 대원각에 물품을 대는 상거래와 직원들이 성북동에서 소비하는 돈, 그리고 인력창출 등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죠.



- 위원장님께서 대원각에 근무하실 때 있었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많으실 텐데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서 많은 권력자들이 다녀갔습니다. 주로 정치와 연관된 일인 듯해서 말씀드리기가 그렇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80년대로 기억하는데, 북한의 고위급 권력자들 20여명을 초청해서 대원각에서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연회가 끝날 무렵 남한 측과 북한 측 관리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달빛이 비추는 마당을 몇 바퀴나 돌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대원각’이 폐업을 하면서 당시 대원각의 지주였던 김영한님이 법정스님에게 시주를 하여 1997년 ‘길상사’라는 절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길상사의 전경이 대원각 시절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는지요?


‘길상사’ 는 예전 대원각의 아름다운 풍경, 건물들이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김영한님이 시인 백석과의 이루어지지 않은 러브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졌고, 법정스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시던 절로도 유명해서 지금은 길상사의 근본도량인 ‘맑고 향기롭게’ 처럼 성북동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명소가 되었죠.



- 위원장님의 지역봉사활동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성북동자치위원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성북동은 살기 편안한 동네이고 어르신이 대접받는 마을입니다. 마음이 모여 마을이 되는 성북동이 되도록 성북동자치위원회는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고 관리 감독합니다.

성북동은 서울에 몇 안 되는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답고 자랑스런 마을입니다. 마을의 가치들을 보존하고 지키는 일에 앞장서며, 성북동 자체가 역사문화유산의 보고이기에 마을을 사랑하는 지역인들의 봉사활동이 필요합니다. 북정마을의 월월축제, 삼선교의 선녀축제, 장위동의 부마축제 등 10월은 마을마다 축제가 있어 더욱 바빴죠. 성북동의 축제는 유명한 연예인을 부른 것도 아니고 보여 주기식의 축제가 아닌, 지역인들만의 소통으로 이루어진, 호화스럽되 사치스럽지 않게, 검소하고 소박하되 화려하게 하자는 의미를 부여해서 더욱 즐거웠던 축제였다고 생각합니다.(웃음)



- 위원장님의 입장에서 성북동에 대한 바램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많은 역사문화유산을 가진 성북동과 서로 소통하며 지내는 마을주민들이 자랑스러운 성북동에 대한 바램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을 보존하는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성북동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간송미술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어떻게든 지켜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더욱 가치 있는 성북동, 살기 좋은 아름다운 내 고장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 이렇게 긴 시간 내어주시고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성북동의 역사와 문화와 사람들을 품고 사는 지역 활동가,성북동마을자치위원장 김황용 님

김현주, 오예주는 본지 편집위원이다. 성북동에서 살기도 했고, 성북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성북동이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성북동 사람이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6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5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5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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