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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May 28. 2017

성북동에서

[1호·창간호] 서시│글 김선정 · 그림 김철우

공기는 살아있다

성북동 언덕을 힘들이지 않고 넘어오는

모든 것들을 주시하며

잠시도 눈 붙이지 못하는 외등.


아침은 골목의 밀려난 잠과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고 떠돌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이미 내 몫이 아니다

밤 새 열어놓은 수도꼭지를 흔드는 수근거림


기대고 붙잡을 아무 것도 없이

까치들은

골목과 숲으로, 집 앞 감나무 위로 흩어졌다 모인다


겨울과 밤 사이 공터 하나 생기고

그 속으로 사람들은 길을 닦고, 집을 짓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해 언덕을 만들기 시작한다



김선정 성북동으로 시집와 30년을 살고 있으며, 소설 <거꾸로 크는 아이>를 낸 작가입니다.

그림은 성북동에 거주하는 김철우 화백이 성북동의 전경을 그린 것입니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호·창간호는 성북구청 2013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3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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