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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Nov 07. 2017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9호] 편집 후기|글 김기민

  작년에 7·8호 편집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마을잡지에 실을 글을 써줄 분을 찾아 청탁하고 글을 받는 과정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그래봐야 이제 2년차, 그것도 올해는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아 그저 전임자로서 그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풋내기 편집위원장 직무대행이다 보니 작년이나 올해나 힘들고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만약 잡지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리며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더 좋은 글을 써줄 수 있는 필자를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세상 끝까지라도 갔을까요? 보내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쓰고 쓰고 또 쓰게 하며 닦달을 했을까요? 그래도 도저히 답이 없다면 그냥 그 글을 포기했을까요? 가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일이라 단언하기 저어하지만, 그냥 잡지가 아니라 ‘마을잡지’이므로, 그것도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이므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글을 가다듬어 종국에는 싣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잡지의 편집방향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가 가늠하기에 앞서 그 너머에 있는 궁극적인 목적 - 동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활자로 기록하고 정리하여 담아내고자 하는 그 마음을 잡지 간행 과정에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고 또 들 때마다 떠올려봅니다. 명문이든 잡문이든, 삶의 정수를 깨우치게 해주는 글이든, 생활 정보나 광고든,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든, 동네에 첨예한 갈등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글이든,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어떤 이의 삶을 짓밟거나 누군가의 존재를 배제하거나 혹자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몹쓸 것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글의 값어치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잘 하고 싶고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보다 앞에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욕심이 다른 그 어느 무엇보다 앞에 놓이게 되었을 때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잡지는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잡지가 아닌,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잡지가 되고 마는 것일 테니까요.


  특별함이 잘못이라거나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별함을 좇는 마음이 우리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먹었던 “삐뚤어진 글씨도, 앞뒤가 맞지 않는 비문도, 두서없고 맥락을 가늠하기 힘든 글도 동네 주민과 우리 이웃이 적어낸 이야기라면 사람들과 나눌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던 그 마음으로부터 멀어졌음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마음이 전과 같지 않음이 분명하다면 그 때는 멈춰서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까닭입니다. 적어도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는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양해해주시기를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이번 9호를 비롯해 그 동안 간행된 잡지 가운데 혹여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었다면, 더 잘하기를 기대하고 바랐다면, 그 기대와 바람이 충족되지 않아 못내 아쉽고 안타까웠다면, 성에 차지 않아 못마땅했다면, 유독 부족함이 눈에 띄어 신경 쓰였다면, 발행처도 편집위원회도 필자도 모두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은 범부인지라 범상치 않은 잡지를 만들지 못했던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동네 사람으로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을 수 없어 지면을 열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었음을 유념해주시고 또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려봅니다. 그럼에도 만약 일말의 석연치 않음이 마음에 남아 불편하다면 그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기민은 성북동천의 만년 총무이다. 2011년 조용하고 한적하며 평화로운 동네를 찾아 카페 티티카카를 열면서 성북동과 인연을 맺었고, 경영 수완이라고는 1도 없어 지난 2015년 문을 닫았으면서도 여전히 성북동에서 동네 주민이자 누군가의 이웃으로, 한편으로는 지역의 (자원)활동가로 살고 있다. 심지어 그 카페(였던) 공간을 이제 ‘동네공간’이라는 이름의 동네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9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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