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 김장

시댁이 강릉 (2)

by 성또

11월 9일, 김장하러 현의 할머니 댁인 정선으로 !

결혼 1년 차였던 작년에는 일이 있어 못 갔는데, 고즈넉한 분위기 속 김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올해엔 꼭 가고 싶었다.

야무지게 커피까지 내려서 출발 -!

정선에 거의 다 와갈 때쯤, 의도치 않은 단풍 구경을 제대로 했다. 누가 파스텔로 몇 그루만 노오랗게 칠해놓은 그림을 보는 듯했다. 역시, 인생을 지탱해 주는 건 결코 의도한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 우연한 사소한 것들이다.

이런 은은한 라임색 단풍길도 순간 마주하지만 평생 지니고 갈 행복한 추억이 된다구.

정선에 도착해서는 바로 앞치마 두르고 마당으로 나갔다. 이미 어른들이 배추도 다 절여두시고 양념도 만들어두신 거라 사실상 우리가 할 건 양념 묻히는 것뿐. 우리가 먹을 건 우리가 양념이라도 묻혀야지.. 헤헤

마당에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 건 여러 친척들과 동네 분들이 함께하시기 때문인데, 시골의 넉넉한 품앗이 그 자체..! 모두가 힘들지만 서로의 힘듦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웃음도 되는, 내리쬐는 햇빛만큼이나 따스하고 다정한 시간이었다.

첫 김장 ,, 지켜보시는 아버님 앞에서 뚝딱거리는 나 ,,

이모부는 정말 김장 현장에서까지 인생샷을 건져주시는 대단한 사진작가시당. 카톡 프사하고 싶었는데 여러 명이 반려시켜 아쉽지만 ,,

결혼은 둘이 아니라 가족 간의 만남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게, 둘이서는 맞춰간다면, 가족을 통해서는 배워간다.

이번에는 김장 때 수육뿐만 아니라 가리비까지 함께해야 완벽하다는 것을 배웠지 뭐야 ,,

가리비 살만 열심히 발라주는 현. 덕분에 내가 가리비를 반정도는 해지운 것 같아..!

식당을 운영하셨던 할머니가 해주시는 기본찬과 모든 요리들은 맛이 일품이라 난 정선에 가면 항상 과식을 하고 ,,,, (이어짐)

이런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한다. 난 도시보단 시골 체질인 것 같아 -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녹아내린 둘.

김장을 잘 마치고 시댁인 강릉으로 -! 현의 사촌형과 동생들과 새벽까지 보드게임을 하며 마무리했던 이번 일정.


할머니를 중심으로 다 같이 모여 김장하는 활기찬 풍경에, 울 할머니와 함께 하던 시절이 너무 그리워졌다.

김장 날, 마당은 없는 도심의 주택이었지만, 그래도 거실에서 옹기종기 쫑알쫑알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보겠다고 열심이었는데.

어버이 은혜는 높고 넓다지만, 조부모 은혜는 깊고 짙은 듯하다.

할머니를 열심히 그리워하며, 옆에 계신 울 할부지와 현의 할머니께 더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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