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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성은 Jul 16. 2024

바르셀로나 대성당에서 생긴 일

그림 같은 고딕지구 그리고 피에로 아주머니


바르셀로나에서의 넷째 날이 밝았다. 편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끈을 질끈 묶었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며 가방을 앞으로 메라고 10초에 한 번씩 잔소리하는 신랑과 장미꽃을 받았던 람블라스 거리로 나섰다.



'아 이게 스페인이지!' 싶을 정도로 햇살 가득한 날씨. 바람이 솔솔 불어서 덥지 않고 끈적이지도 않았던 아침. 람블라스 거리를 걸으며 츄러스랑 카푸치노를 간단히 사 먹고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고딕지구로 향했다.


이곳에도 가우디의 숨결이, 레이알 광장


고딕지구로 가는 길, 발걸음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레이알 광장이 나왔다. 레이알 광장은 가우디가 설계한 독특한 모양의 가로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중앙의 가로등이 그 가로등이다. 사방에는 레스토랑과 바가 있고, 람블라스 거리 안쪽 골목으로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보니 한적한 편이다. 여유로운 점심 식사를 즐기기에 딱인 곳 같다.


구글맵을 잠시 뒤로하고 신랑의 손을 잡고 감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 본다.


기념품샵이 가득한 거리
사진은 멈출 수 없지


우리나라의 북촌 마을 같다고 해야 할까. 이국적인 건물에 좁은 골목 그 사이사이 자리 잡은 기념품샵. 익숙하지만 낯선 곳이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 관광객에게는 그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가 광화문, 북촌, 서촌, 삼청동을 대하듯이 말이다. 나는 마치 전생을 기억하는 것처럼 고딕지구에 있는 오래된 성당에 괜히 손을 대보기도 했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고딕지구는 신혼부부 스냅사진, 웨딩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해요. 촬영하는 몇 커플 봤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중세시대에 온듯한 배경에 맑은 날씨까지 완벽한 컷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여행사 반자유 여행으로 갈 경우,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도 고딕지구 스냅사진 서비스가 있었는데, 체코 프라하에서 찍는 걸로 변경했답니다.



바르셀로나 필수 코스 츄레리아


고딕지구에 올 때 기대했던 것이 있다. 바로 츄레리아 츄러스다. 이미 방송에도 나왔던 곳이라 가게 앞에는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기본 츄러스랑 찍어 먹는 핫초콜릿을 주문했다. 츄러스를 받아서 나오려는데 점원분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너무 놀라서 우리도 얼떨결에 "감사합니다!"하고 나왔다.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는데 한국인인지 어떻게 안 걸까. 가뜩이나 유명한 곳인데 한국어까지 들으니 이 츄러스는 에버랜드 츄러스보다 백배는 더 맛있었다. 행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맛이었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츄레리아 츄러스는 필수 중 필수예요. 사실 저희가 갔을 때 한국인 가족, 커플이 있더라고요. 역시 유명한 곳은 이유가 있겠죠. 쫄깃하고 핫초콜릿도 많이 달지 않아서 맛있어요.




고딕지구를 돌아 드디어 도착한 곳, 바르셀로나 대성당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눈길을 끄는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화려한 고딕 양식이 특징이다. 1454년에 완공된 성당으로 내전 기간에도 피해를 입지 않은 몇 안 되는 성당 중 하나다.



성당에 들어가기 전 사진을 찍으려고 계단에 앉아서 포즈를 잡고 있는데 피에로 분장을 한 스페인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노란색 하트 모양의 풍선을 건네길래 나에게 주는 선물인가 보다 하고 고맙게 받고, 같이 사진을 찍자길래 의심 없이 몇 장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났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면서 돈을 달라던 아주머니.


"유럽 가서 바닥에 깔린 돗자리, 그림 같은 거 절대 밟지 마요! 밟으면 사야 돼요...!"

라고 나에게 얘기해 주던 전 직장 동료가 떠올랐다.


맞다. 장사꾼. 피에로 아주머니는 내가 풍선을 받았으니 돈을 줘야 되고, 같이 사진을 찍었으니 돈을 줘야 되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거면 또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눈 뜨고 코 베인 이 상황. 신랑이 나서서 풍선 안 받고, 사진도 지울 거니까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더니 피에로 아주머니는 끝까지 안 가고 우리 앞에 있었다. 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상황. 어쩔 수 없이 2유로는 피에로 아주머니에게 갔고, 노란색 풍선은 쓰레기통으로 갔다. 하루 동안 신랑에게 내 별명은 '눈 뜨고 코 베인 애'였다. 남이 주는 호의를 의심 없이 받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포장해 보지만 머쓱하다. 내가 어이없게 당하고 난 후, 피에로 아주머니는 다른 외국인 가족에게 가서 똑같이 풍선을 팔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오지랖을 떨고 싶었지만 꾹 참고 성당 입장권을 끊으러 갔다. 유럽에서는 소매치기 조심! 피에로 장사꾼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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