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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먹기 아까워! 후쿠오카 맛집 대공개

by 성은


맛집의 기준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면 웨이팅 즉 대기 인원이 아닐까?

지나가다가 대기줄이 긴 식당을 보면 '저긴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생각 먼저 든다. 대기줄 자체로 마케팅이 되는 셈이다. 언제나 맛있는 건 참을 수 없지. 나만 알고 싶지만 맛있는 건 나누고 알려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후쿠오카의 다양한 맛집 중 최고를 골라 소개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장어의 맛을 지운

우나기노나루세 와타나베도리



이곳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온 곳이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서 예약은 필수라고 했다.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구글맵으로 가능한 날짜, 빈 시간대에 급하게 예약을 했다. 예약 시간인 저녁 6시에 맞춰서 갔더니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후부터 사람들이 계속 몰려와서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디럭스 등급의 장어 한 마리가 들어간 L사이즈 2개, 하이볼, 콜라를 주문했다. 장어 하프 사이즈, 3/4 사이즈, 한 마리 사이즈가 있어서 자신의 양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추천하는 사이즈는 L! 밥은 남겨도 장어만큼은 풍족하게 즐기자.



주문한 지 10분 정도 지나서 장어덮밥이 나왔다. 군침이 싹 도는 빛깔이다. 한입 크게 뜨니 뼈가 잘 발라진 부드러운 장어가 밥 위에 폴짝 올라간다. 입 속에 넣자마자 불꽃이 터졌다. 적당히 간이 베인 장어가 씹지 않아도 녹을 만큼 부드러웠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나는 비린내를 워낙 잘 맡는 사람인지라 혹여나 걱정했는데 하나도 못 느꼈다. 비린내에 민감한 분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가격 대비 너무도 훌륭한 음식을 만나서 대접받은 기분이었고, 걸어 다니느라 지친 다리까지 치유되는 기적을 보았다.



예약수, 대기줄이 보장한 맛집이자 실제로 맛보니 확실하게 인정하게 된 맛집이다. 텐진에서 쇼핑을 즐기고 들리기에 좋을 것이다. 전철역으로는 나나쿠마선 와타나베도리역 근처다.



오픈런이 증명한 하카타 맛집 끝판왕

우오덴



여행 둘째 날 오전에 희한한 풍경을 보았다. 우리가 묵은 호텔 옆인 미츠이 가든 호텔 후쿠오카 기온 1층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어림잡아 호텔을 두 바퀴 돌고도 남을 줄이었다. 여기는 맛집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검색을 해보니 해산물 요리랑 런치 타임에 판매하는 명란덮밥으로 유명한 맛집이었다. 어느 정도로 맛있길래 아침부터 줄을 서는 것일까?


우오덴의 런치 타임 대기 방법이 따로 있었다. 아침 10시에 식당 옆 키오스크를 통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 인원수를 입력하고 번호표를 뽑는 것이다. 우리는 일어나서 눈곱만 떼고 예약 시작 10분 전에 가서 번호표를 받기로 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키오스크가 보이는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도대체 이분들은 몇 시에 온 것일까. 아침 9시 50분에 간 우리의 대기 번호는 16번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며 호텔로 올라가 씻고 나오기로 했다. 런치 타임 시작은 11시 30분이다.


우리 앞에 대기 인원이 있는지라 11시 30분에 바로 들어갈 순 없었고, 20~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넓은 홀이었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수가. 한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일본인들도 굉장히 많았다. 우리는 바로 명란덮밥 2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비주얼에 감탄했다. SNS에 올릴 수밖에 없는 영롱한 모습이다. 두툼이 올라간 계란말이랑 그 위에 일렬로 자리를 잡은 명란 그리고 빈틈없이 채운 연어알까지 보기만 해도 배부를 정도였다. 명란, 계란, 연어알까지 듬뿍 올려 맛보니 입 안이 쉴틈이 없다. 짭조름한 명란, 부드러운 계란, 톡톡 터지는 연어알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지만 결국에는 잘 어우러져 완벽을 만들어냈다. 기다림의 미학을 깨우쳐준 음식이랄까. 남편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두 식당을 찾아가는 분들에게도 진정한 맛집이 될 수 있기를.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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