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가 그저 한 번 스치는 인연에게 우리는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을까.
이어질 수 없는 인연에게 우리는 얼마나 힘껏 매달렸을까.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인연에게 우리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인연의 시간이 다 되어 어긋났을 뿐인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의미 부여를 했을까.
그 시절 우리는 우리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을까.
머물렀던 인연의 자리만 쓰다듬으며 자신을 탓하지는 않았을까.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고 스스로를 모질게 때렸을까.
눈물이 뚝뚝 옷 한 벌을 다 적시고 나서야 알았다.
힘을 쏟고, 매달리고, 상처받고, 의미를 뒀던 모든 것이 나는 관계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임을 말이다.
사람은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감정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생각은 한계가 없다.
시간은 정해진대로 흐른다.
그래도,
살아가다가 한 번쯤 다시 스친다면
어떠한 우연으로 인연이 이어진다면
기적처럼 우리의 마음이 같아진다면
길고 긴 수평선을 끊고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면
나는 나를 가시밭길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 나를 때리지 않을 것이며, 마음을 토닥이며 긴 밤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더 이상 배려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 보채지 않을 것이며, 마음과 마음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할 것이다.
고생했다.
나란 사람, 나의 관계, 휘둘렸던 마음, 한없던 친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