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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제일 쉬운 거였더라

by 성은


정답을 맞히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학창 시절 모든 과목에는 정답이 있었다.

국어와 영어는 문법, 수학은 공식, 음악은 음정과 박자, 미술은 표현 기술, 체육은 올바른 동작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시험 문제에 정확하게 대입하면 점수가 잘 나오곤 했다. 돌이켜보면 예전 어른들 말씀처럼 학생 때 공부가 제일 쉬운 거였더라.


어른이 되어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니 녹록지 않았다. 나를 시험에 빠뜨리는 문제는 날로 응용이 되었다. 한 문제를 풀고 나면 또 한 문제가 생기고, 난이도는 점점 높아졌다. 몇 날 며칠을 잡고 있어도 정해진 정답이 없었다. 내가 직접 부딪히고 극복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알고 보니 사람마다 푸는 문제가 다르더라.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누군가는 연애 문제를 풀고, 다른 누군가는 회사 문제를 풀고, 또 누군가는 돈 문제를 푼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답을 도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오늘 안 풀리면 내일, 내일 안 풀리면 내일모레. 문제들이 쌓이는 날이면 고등학생 때처럼 땡땡이치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연필로 휘갈겼다가 지우개로 수십 번 지웠다가 형광펜으로 줄도 긋고 빨간펜으로 별표까지 친다. 매일 열심히 푼다. 그러다가 마음까지 새빨개져 눈물 콧물이 나려고 할 때는 코도 풀고, 혼자 지친 것 같을 때는 누군가를 만나 입도 풀고 말이다.


인생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이 모든 것을 헤쳐나가는 것 자체로 나는 가장 큰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라고.

내가 찾고 만드는 것이 답, 최선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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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