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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리는 존재니까요

by 성은


긴 글만 글인가 짧은 글도 글이지

말로 해야만 표현인가 몸으로 해도 표현이지

잘 춰야만 춤인가 못 춰도 춤이지

음정 박자 맞춰야만 노래인가 틀려도 노래지

맛있어야만 음식인가 맛없어도 음식이지


항상 '아름다운, 예쁜, 멋진, 잘하는, 못하는, 큰, 작은' 등의 단어에만 눈길이 간다. 이것이 꾸미는 존재를 먼저 살펴보지 않은 채 말이다. 형용사, 부사는 잠시 미뤄두고 주어에 초점을 맞춰보자. 세상의 모든 존재는 원형 그대로 의미가 있다. 존재만으로 중요한데, 길든 짧든, 잘하든, 못하든, 보이는 것이 어떠하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글을 쓰는 것

표현하는 것

춤을 추는 것

노래를 부르는 것

음식을 먹는 것

이 자체로 의미 있지 않은가.


존재와 본질이 세상을 만든다. 어느 미사여구도 찰싹 붙을 본질이 없으면 허공에 떠돌게 될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라는 존재로 인해 세상의 모든 단어들이 숨을 얻고 춤을 춘다. 우리는 이렇게 무엇인가를 살리는 존재다. 기특하고 대단하며 어여쁘다.


힘들고 외로운 날, 마음이 피곤한 날, 지친 날에는 꼭 이것에 대해 곱씹는다. 못해도 괜찮다. 부족해도 괜찮다.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살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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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