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시릴 때는 양말을 신습니다.
마음이 시릴 때는 옛날 노래를 듣습니다.
배가 고플 때는 유명한 맛집을 찾아갑니다.
마음이 고플 때는 엄마가 만들어준 집밥이 최고입니다.
몸이 아플 때는 약을 먹습니다.
마음이 아플 때는 더 많이 얘기하고 더 크게 표현합니다.
몸이 피곤할 때는 잠이 보약입니다.
마음이 피곤할 때는 쉬거나 먹거나 가거나 좋아하는 것을 합니다.
팔다리가 무거울 때는 소파에 늘어져서 아무것도 안 합니다.
마음이 무거울 때는 수다와 농담으로 묵직함을 덜어냅니다.
머릿속이 버거울 때는 잠시라도 생각을 잊을 수 있는 딴짓을 합니다.
마음이 버거울 때는 무언가를 쓰는 것에 몰두합니다.
쌀쌀한 바람에 코 끝이 찡해지면 목도리를 꺼냅니다.
쓸쓸한 하루에 마음이 찡해지면 옛 사진을 뒤져보며 추억에 매달립니다.
양파를 썰다가 눈이 매울 때는 울어버리면 그만입니다.
삶에 데어 마음이 매울 때는 정작 눈물샘이 막혀 애가 탑니다. 어떡하지요?
시림, 고픔, 아픔, 피곤, 쌀쌀함, 쓸쓸함, 무거움, 버거움, 매움
온몸과 마음에 와닿는 이것들이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까 봐 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번 겁쟁이는 계속 겁쟁이인가 봅니다.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부럽곤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해맑고 순수하며 긍정적이니까 말이죠. 그래서 드라마 속 고난을 다 이겨낼 수 있었던 걸까요?
가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터득한 삶의 방식과 더불어 솔직하고도 단순하게 살고 싶습니다.
양파를 썰다가 눈이 매우면 울어버리면 그만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