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며들다

자주 걷던 곳

두 번째 스며듦.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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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걷던 곳이었다. 그와 그녀의 발걸음이 매번 닿던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때론 전철을 타고 투닥거리며 도착하던 곳이었다.


걷는 걸음걸음마다 그는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줬고

그녀는 그에게 세상 하나뿐인 미소를 지어주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었고,

그녀 역시 그에게 마음을 건네었던 곳이었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분수가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찬바람이

그와 그녀를 서로 더욱 감싸게 만들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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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인지,

그와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벤치에도 잔디밭에도 계단에도 다리 밑에도

그와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끝이란 게 이런 것일까,

끝이 아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일까.


잠깐 사랑이란 여행을 하다가

돌아갈 기차의 탑승 시간이 다 되어버린 것일까.


그 기차를 타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영영 그 기차를 놓쳐버렸다면 어찌 됐을까.


어느 날,

이곳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면 묻고 싶다.


꼭 그 기차를 탔어야만 했는지.

그 기차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빛나던 햇살에 불어오던 바람에 일렁이던 강물에

그와 그녀가 자주 걷던 곳.


지금 난 여기 있어.






같이 들으면 좋은 BGM. 가비엔제이 _ 별일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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