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스며들다

사랑이란, < 2편_그 남자 >

스물한 번째 스며듦.

by 성은




사랑이란, 어쩔 수 없는 것.



그 남자 Says.

참 제 마음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카페 그리고 미술관 이후로 자꾸 생각났어요. 시집을 읽던 귀여운 그 모습.

이렇게 누군가가 머릿속에 맴돈다는 거, 아니 마음속에 스며든다는 거 참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커피 공부하느라 바빴고, 카페를 운영하느라 바빴고. 일이 곧 삶인 시간들이었어요.

일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도 잃어봤고요. 건강도 잃어봤고요. 울고 웃는 감정도 잃어갈 때쯤 그 여자를 만난 거예요. 늘 살려고, 잘 살려고 팍팍한 생활을 이어오던 제가, 잃은 것이 많아 냉혈안으로 살아오던 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품다니. 제 스스로도 너무 놀랐어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몇 날 며칠을 궁금해하던 찰나, 그 여자가 제 카페에 앉아있는 거예요. 그때와는 다르게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말이죠. 몇 번이고 상상하고 바랐던 순간이 펼쳐졌어요. 우리 직원들 갑자기 미소 짓는 저를 보더니 왜 그러냐고 물어보더군요.

"저기 창가에 줄무늬 티 입은 여자분. 내가 저분 만나려고 이곳에 카페 차렸나 보다." 제 얘기를 들은 한 직원이 저한테 한 마디 건네더라고요. 그 여자 '28살의 글을 쓰는 사람'이며, 틈틈이 인터넷 사이트에 독특한 감성의 시와 에세이를 연재한다고. 혼자 와서 커피를 연달아 두 잔씩 시키며 작업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하대요.

요즘 세상에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믿었는데 제 눈 앞에 있었다니. 눈망울에서 백만 가지 느낌을 뿜어내는 사람 그래서 지나치고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지난 8년 간 제 자신을 잃어버린 저에게는 과분한 대상이자 부러운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여자.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습니다.

'사랑'은 '현실'이라고, 내가 따뜻한 사람이어야만 그 여자를 웃게 할 수 있다고, 무작정 액셀을 밟아 버리면 그 여자는 다칠 것이라고. 그 생각만 하며 브레이크를 밟았어요. 근데 말이죠. 다시는 사랑과 인생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라고 브레이크가 고장 나 있었어요. 이제는 아름다운 꽃과 푸른 나무 사이로 함께 달리라고 말이에요.

저는 제 스스로 감정에 무딘 삶을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랑은 이렇게 한 순간에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처한 상황에 상관없이. 틈을 주지 않더라고요 사랑은. 사랑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시간 조차 허락되지 않았어요. 사랑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봐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 그 여자를 만나고 향긋해지기 시작한 제 커피에 이 맛, 저 맛 더해도 될까요?

외골수처럼 진한 원두커피만 고집하지 않고 우유를 넣거나 때로는 크림을 얹어 그 여자를 닮은 백만 가지의 커피를 만들어봐도 될까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너무 고귀한 일이죠. 그런 '사랑'을 글에 다 담을 순 없지만 몇 글자 적어봅니다.

사랑 넘치는 하루 보내세요.


그 여자그 남자가 말하는 사랑.

사랑이란, < 3편 >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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