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
추운 이국의 풍경 속 슬프고 따뜻한 기억.
본문
모든 결핍은 아름다울 자격이 있지.
한 사람의 육신이 앞으로 굽었다는 건, 휘어졌다는 건 그가 지난한 세월을 통과하며 끝내 부러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증거다.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체념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일상에 푸른 잎을 내보이는 희망이다.
우리는 배우고 싶지 않은 일들로부터 가장 확실하게 배운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추억을 걷어내고 지금 청춘을 살고 있는 이들을 본다면 단연코 청춘은 창백한 빛이다.
어쩌면 우리 각자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견디는 방식은 타자를 향해 자신을 열어 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에 갇히는 것, 갇힌 채로 타자의 곁에서 기꺼이 또 한번, 함께, 이중으로 갇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