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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꿀차

노랑무늬영원

한강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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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고통의 겹들을 들여다보며, 담담히 그러나 끈질기게 노랑무늬를 향하는 마음.

본문
존재하지 않는 괴물 같은 죄 위로 얇은 천을 씌워놓고, 목숨처럼 껴안고 살아가지 마. 잠 못 이루지 마. 악몽을 꾸지 마. 누구의 비난도 믿지 마.
잠시라도 애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저 애써서 버텼을 뿐이야.
나는 사는 법을 모른다.

장편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들.

너무 아름다운 것도 고통이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을 가진 인간으로서 다시 살아나가야 한다면, 내 안의 죽은 부분을 되살려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부분은 영원히 죽었으므로.
그것을 송두리째 새로 태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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