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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꿀차

채식주의자

한강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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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읽었는데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니까 느낌이 다르다.

내가 채식을 시작해서 더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오래, 여러 번 읽고 싶다.

2년 만에 읽은 것도 이렇게 다른데, 5년, 10년 만에 읽으면 그때마다 다르겠지.


연작소설을 구성하는 세 중편에서 영혜의 남편, 형부, 언니가 각각 서술자로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혜를 바라보며 통제하려 한다.


갈라지는 고통의 몸부림을 품고 나아가는 생의 감각.


의지할 곳 하나 없음에도, 고통을 극복할 수 없음에도 그것을 짊어지고 다시 태어나고자, 계속 살아가고자 느릿할지언정 나아가는 한강의 인물들.

한강 작품을 읽으면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본문
"먹어라. 애비 말 듣고 먹어.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가슴 뭉클한 부정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마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허공에서 조용히 떨고 있는 장인의 젓가락을 아내는 한손으로 밀어냈다.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장인의 저 말에서 가슴 뭉클한 부정이 느껴진다니, 영혜의 남편이 너무 역겨웠다.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는 아주 끔찍한 것,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단지 그것과 일상을 병행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 것인지도 몰랐다.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어쩌면 영혜를 이해하는 데 가장 가까이 다가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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