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을 꿈꾸며 기대했던 것들 중에는 동아리 활동이 있었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동아리는 100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학생들이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도록 개강 전 메인 쿼드와 사우스 쿼드에서 쿼드 데이라는 동아리 박람회가 열린다.
잔디 광장을 둘러싸고 수많은 동아리 부스들이 늘어서서, 찾아오는 학생들의 질문에 부원들이 직접 대답해 주고 굿즈도 나누어주며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는 행사이다.
동아리 박람회에 가기 전, 미리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동아리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양봉 동아리나 다람쥐 관찰 동아리처럼 상상도 못한 종류의 동아리들도 있었다.
다람쥐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니, 우리 학교에 있다고 했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동아리가 생각났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다람쥐를 보면 바로 동영상을 찍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자랑했었는데, 샴페인에는 다람쥐를 보는 일이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다람쥐가 정말 많았다.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도, 아침을 먹으러 다이닝홀에 갈 때마다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거나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다람쥐를 봤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볼 때마다 사진을 찍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졌는데,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동아리까지 만들어 함께 다람쥐를 관찰하는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식품영양 관련 학술 동아리나 의료 분야의 책을 읽는 동아리도 있었다.
이외에도 미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동아리와 미술 동아리 등 재미있어 보이는 동아리가 너무 많아서 몸이 열 개는 필요할 것 같았다.
실제로 가 본 쿼드 데이의 규모는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했다.
메인 쿼드와 사우스 쿼드의 잔디 광장을 빼곡하게 둘러싸고도 남아서 주변 길에서까지 부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해리 포터 동아리처럼 사이트에서 보지 못했던 이색 동아리도 눈에 띄었다.
동아리 부원들이 간식, 컵, 풍선, 가방, 심지어 식물 화분까지 나누어 주면서 동아리를 홍보했다.
고민 끝에 가입한 동아리는 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 (NAMI)라는 정신 건강 동아리와 English Corner라는 미국 문화 체험 동아리였다.
의료 분야의 학술 동아리 중 하나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NAMI는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정신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봉사 동아리에 가까웠지만 더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English Corner는 대부분의 유학생들과 교환학생들이 가입하는 동아리이다.
다 같이 근교의 사과 농장이나 옥수수밭 미로에 가기도 하고, 영어 회화를 연습하는 소그룹 활동도 있다.
캠프파이어에서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는다니!
낭만 가득한 상상에 부풀어 가입을 신청했다.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기 위한 것보다도 같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도 시야를 넓히게 해 주는 기회이다.
그 사람이 또 하나의 세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슷한 관심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지금까지는 교환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사람들을 주로 만났지만, 관심사가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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