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꿀차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by 성은

나는 하나에 꽂히면 계속 그것만 하는 극단적인 성향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하루에 반드시 한 끼 이상 그릭요거트를 먹어야 한다) <여행의 기술>을 읽은 후로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다.


벌써 알랭 드 보통의 4번째 책이다.


전에 읽었던 사랑에 관한 저자의 책들과는 다르게 연애가 아닌 결혼 후 사랑을 지속하려는 노력에 대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경우 연애 기간은 몇 년에 불과한 반면 결혼 기간은 수십 년 이상 지속되는데, 이 기간에 대한 책들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어마어마한 노력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어서, 그동안 읽은 저자의 책들 중 가장 좋았다.





본문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연애는 사랑의 시작에 불과하다. 결혼한 이후가 진짜 러브 스토리인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인생은 - 문자 그대로 - 사랑하는 능력에 의지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들의 관계에서도 심술궂음과 잔인함을 보아 넘기고 거의 항상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두려움, 혼란, 피로를 감지해 낼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사랑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만큼 그 사랑의 훌륭함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으리라는 것을 은연중에 느낀다.


불면증은 그가 낮 시간에 그 모든 까다로운 생각들을 애써 회피했던 데 대한 마음의 복수다.


이젠 '충분히 좋은' 게 충분히 좋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충분히 좋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냉소는 너무 쉽고, 그래서 얻는 것이 없다.

예전에, 특히 학창 시절에는 정말 시니컬했는데, 생각해 보면 정말 냉소로부터 얻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랑했다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서 도망치는 것일 뿐이다. 그보다는 무섭더라도 기꺼이 사랑해야겠다. 사랑한 만큼 상처받더라도, 상처받은 만큼 사랑한 것이기도 하다.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연인의 이해 능력에는 적정 한계가 있고, 우리는 언젠가 그 한계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직무 유기라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애석하도록 무능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헤아릴 수 없으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게 정상이다. 어떤 사람도 다른 누군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알맞은' 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조화성은 사랑의 성과물이지 전제 조건이 아니다.

너무 공감돼서 반복해서 읽은 글이다. 어느 정도로 '맞는'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결국 나와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똑같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운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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