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최은미 작가 대담을 보고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다.
그런데 <눈으로 만든 사람>에 수록된 <여기 우리, 마주>라는 단편을 장편소설로 만든 것이 <마주>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미와 서하, 그리고 은채가 그대로 등장한다.
<아홉 번째 파도>에 나왔던 인물들이 특별출연처럼 언급되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최은미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문체가 강렬하다고 느껴졌고,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부터 현재까지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가족과 자신의 모습을 코로나19를 거치며 직면해야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나의 2020년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 시절, 전에는 학교와 독서실을 오가며 오직 밤과 아침에만 집에 있었는데, 코로나19는 그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우리 가족은 모여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가까워졌음이 새삼 감사했다.
본문
그러면 나도 내가 있는 곳을 볼 수밖에 없을 테니까.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로 치워두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그것은 들을수록 신비롭고 마음이 무언가로 차오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고두고 회자된다는 건 그 얘기가 그만큼 예외적인 일이라는 뜻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