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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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늘 그래 왔듯 임신 중절이 나쁘기 때문에 금지되었는지, 아니면 금지되었기에 나쁜지를 규정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우리는 법에 비추어 판단했고, 법을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단어들로 상황을 표현할 수 없고, 이런 폭발 장면과 과거의 현실을 연결시킨다는 점은 결정적으로 내가 그 사건을 그런 식으로 정말 겪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처럼 여겨진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말이 여성들의 연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법 위에 군림하는 '고위 관리들'의 권리를 '하층민들'이 수용했을 뿐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