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열한백구 Nov 10. 2019

가을가을한 통도사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다.

스스로 여행작가라 여기고,

부산을 여행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이 매거진을 채워나가고 있다.



봄. 대저 생태공원 유채꽃

여름. 태종대 수국

가을. 통도사 단풍

겨울. 덕유산 눈꽃

계절을 느끼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코 끝에 겨울이 느껴진다.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가을이 아쉽고,

붉게 물든 단풍이 다 떨어질까 두렵다.


평소 사람이 많은 곳을 호환마마보다 기피하지만,

용기를 내어 주말 나들이 길에 오른다.


부산 근교의 양산에 통도사라는 큰 절이 있다.

신라시대 때 지어진 유서깊은 사찰이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서 유명하다.

종교적인 의미와 역사에는 관심이 없지만,

통도사를 무척 좋아한다.

다른 사찰처럼 산속 깊이 위치해 있지 않기에 접근성이 좋고,

산책하듯 편안한 호흡을 유지하며 주변 환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초입부터 길이 막힌다.

입구에서 받는 주차료와 인당 입장료에

기분이 상할 만도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예쁜 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일 년에 한 번 가을맞이를 위한 지불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쉰다.


바람이 불면 빨간 비가 내린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잎사귀들이

힘겨워 보이지만, 온몸을 불사른 덕분에

선명한 가을 풍경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확실히 지난해와 풍경이 다르다.

숙제를 해치우듯 가을맞이를 해버린 탓에

통도사의 숙성된 가을 풍경은 처음 보는 듯하다.

계곡을 끼고 걷는 돌담길이 중간에 막혀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찰 뒤의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는데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기에 막아 둔다는 설명이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선다.

낙엽을 밟고,

가을 햇살을 받으며,

따뜻한 커피와 갓 나온 연화빵을 먹는다.

사실 별 맛은 없지만

따뜻한 차 한잔과 차가운 가을바람의

대비를 느끼는 것이 가을맞이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돼지국밥 먹으러 부산 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