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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Nov 25. 2019

증상과 징후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글을 보았다.

"너는 왜 계속 나빴던 일만 생각하니?"

라는 반응 이후

더 이상 가족들에게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했다.


#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

"다리가 아파요" 등등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특징적인 징후의 발견 없이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에

신체증상 장애, 질병 불안장애, 전환장애라는

병명을 붙이기도 한다.


증상(symptom)은 주관적인 호소.

징후(sign)는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상태.


#

각 질환에는 특징적인 증상과 징후가 있다.

증상만으로는 질병을 특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불편함이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

불편한 사람과 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불안한 마음이나, 불편한 관계에서

우리는 신체화된 증상을 경험한 바 있다.


#

정신과에는 검증된 진단도구가 있지만

외과나 내과처럼 사진이 찍혀 나오거나

검사 수치가 명확하게 나오는 진단 도구는 없다.

환자의 주관적이 경험과 진술을 통해

진단을 내리게 되므로

증상과 징후의 구분이 모호해질 수 도 있다.


#

구# 에 <자해러>라는 말을 검색해 보면

자해 인증사진과 자해 일기들이 무수히 나온다.

"피를 냈더니 속이 시원하다. 사혈 한 느낌"

이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자해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다.

자해를 하고 나서 자해 일지를 쓰고

그것을 SNS에 공유하며, 간혹 자해 한 척 꾸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있다.

나를 봐달라고 끊임없이 소리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것이다.


#

병원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증상을 표현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징후가 없다고 해서

그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것이다.


#

'좋지 않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는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왜 그런 생각을 계속하니?'가 아닌

'계속 그런 생각이 떠올라서 힘들겠구나'가

되었어야 했다.


#

환자 한 분이 찾아왔다.

"진통제 좀 주세요"

Somatic symptom(신체화 증상)으로

placebo(가짜약)을 써 보기도 했던 환자분이다.

"어디가 아프세요?"

"머리가 아프네요."

"진통제 많이 먹으면 나중에 약효도 안 받고

간에도 안 좋고 속도 아파요."

이 환자에게는 머리 아픈 이유가 수십 가지도

넘을 것이다.

손을 잡고 따뜻한 걱정을 담은 한마디 말에

그중 하나는 없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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