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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Nov 15. 2019

노모(老母)의 크림빵

"###님 어머니 면회 신청하셨습니다."


장기입원 중인 ###님의 어머니가 면회를 다.

어머니와의 면회 후에는

매번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는 분인지라

이유를 알기 위해 면회실로 같이 내려갔다.

특정 음식 때문인지, 혹시나 상한 음식을 가지고

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엄마~"

###님이 한 발 앞서 어머니께 다가간다.


땀에 젖어 이마에 어지럽게 붙어 있는 새하얀 머리칼이 보이고,

지팡이를 쥔 손등에 검버섯이 가득하다.

환자분의 나이가 60 중반을 넘어섰음이

불현듯 떠오르고,

어머니의 연세가 짐작이 된다.


맞잡은 두 손을 놓고

주머니에서 검은색 봉지를 하나 꺼다.

크림빵이 들어있다.

푸드뱅크라고 적혀있는 쪽지와

가급적 빨리 드시라는 문구까지 보인다.

아들이 좋아하는 크림빵을 아껴두셨다가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가져오셨던 것이다.


환자분이 건네받은 크림빵을 맛있게 먹는다.

유통기한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는 빵이지만,

차마 말리지 못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식중독도 녹여 버릴 것 같다.


면회가 끝나고 환자분은 다시 복통을 호소한다.

어머니가 가지고 오는 빵을 가급적 먹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어린아이 같던 환자분이 사뭇 진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나 크림빵 안 좋아해요. 엄마가 가지고 온 거니 그냥 먹는 거지"

환자분도 알고 있었다.

크림빵의 유통기한이 지났음을,

그리고 엄마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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