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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Dec 01. 2019

조현병

정신분열증  schizophrenia

조현병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대부분 미디어에 노출된 극단적인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질문입니다.

망상과 환청으로 인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공격성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심지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보일 정도입니다.

병원에 오래 입원했다고 해서 상태가 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입원 유형이 환자마다 다르고, 퇴원에는 보호자의 지원도 필요하고,

매거진의 앞 글에서 언급했던 익숙해져 버린 병원생활에 의해서도

장기적인 입원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


"어디가 불편하세요?"

"..."

"여기에 이렇게 놔두신 이유가 뭐죠?"

"..."

"식사하셨어요?"

"네"


단답형의 대답.

개방형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못함.

눈을 마추 지 않음.

면담을 지속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돌리는 회피적인 모습 보임.

씻지 않음.

옷을 갈아입지 않음.

타인에게 관심이 없음.

혼자 중얼거리며 복도를 돌아다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냄.


오랜 기간 입원생활을 한

대부분의 남자 환자들은 위와 같은 생활패턴을 보입니다.

환청과 같은  양성적인 증상이 약물치료로 사라지고 나면

무력증. 무감동. 사회와의 단절과 같은 음성증상 도드라지게 되고,

이후에는 이런 음성증상이 잔류 증상이

이름으로 남게 됩니다.



#여


"선생님 어디에 사세요?"

"선생님 결혼은 하셨어요?"

"선생님 여기여기가 너무 아파요"


대부분의 여자 환자들은 남자들과는 다르게 활동적이고,

위생관리도 잘하고, 대화도 원활합니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이 환자관리의 대부분인 만성적인 남자 환자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같은 진단, 비슷한 입원기간,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에 큰 차이가 납니다.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은 정신분열증에서 바뀐 명칭입니다.

더 이전에는 조발성 치매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일찍 발병하는 치매'

조현병의 잔류 증상은 치매의 증상과 유사합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 또한 다른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해리성 정체 장애(다중인격)를 떠 올렸습니다.
분열된 자아로 인해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신분열'이란 단어의 실상은

세상과 나의 분열, 또는 분리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와 나를 분리시키는 질병이다 보니

양치질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부터, 넓게는 사회생활의 전반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 환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자 환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첫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정신병적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전, 청소년기부터 친구관계의 변화, 학업성적의 저하,

수면문제, 신경질적인 반응 등을 보이기도 합니다.

남성의 경우 청소년기의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과

그 전구증상을 구분하기 힘들기에 조기진단 어려움이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첫 진료를 받게 됩니다.

십 대 중반부터 시작된 전구증상으로 인해 남성 조현병 환자는 사회생활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여성 환자와 일상생활수행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양성증상에 대해서는 효과가 입증된 많은 약물이 존재하지만

음성증상과 잔류 증상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양성증상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약물과 병식에 대한 교육  병행되어야 합니다.  


위의 경우는 조기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성적인 경우이고,

조현병 예후가 좋지 않은 질병이기는 하지만

조기발견과 초기에 집중치료를  잘 받는다면

회복(증상 조절, 일상/사회생활)이 가능한 질병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덧붙임)

"멀쩡했던 아이가 군대에서 이렇게 되었어요"

"직장에서 어찌나 못 살게 굴었는지"


조현병의 초기 발병시기에 있었던 일이

증상 발현의 trigger 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환자에게서 전구증상이 있다는 것과

그 전구증상을 일탈 정도로 가볍게 넘겨버림로 인해 초기 치료시기를 놓쳐버린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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