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열한백구 Aug 27. 2020

References

어떻게 떠들어야 할 것인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늦은 밤.

집으로 가는 택시 안.

한 유투버의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저들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의심을 가져본 적이 있으세요?"


"저희 같은 택시기사들이 뭘 알겠어요.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지요."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믿으시겠네요?"


"..."




대학원에 입학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수업이 화상강의로 진행되었지만,

어쨌든 우수한(?) 성적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했다.

학부 때와 보다 심도 있는 내용들도 좋았고,

관심 주제에 대해 논문을 찾아보며, 최신 경향을 알게 되는 것도 좋았다.

실습, 포트, 발표의 순환을 버티다 보니 어느새 기말고사가 다가왔고,

지금은 방학을 만끽하며,

다음 학기를 대비하기 위해 통계를 공부하고,

앞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흥미로운 주제지만, 수업과 연관성이 떨어졌던 논문들도 보고 있다.


그렇게 알찬 시간을 보내는 중

누군가의 질문을 받았다.

 한 학기 동안 무엇을 배웠니?




 나는

'Reference'라고 대답했다.


하나의 논문 속에는 선행된 다양한 연구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나의 생각과 주장의  옳음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Reference>가 있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는 힘이 실리고, 그의 연구가 쓸데없는 것이 아님이 증명된다.

이런 논문들을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보편적인 지식이라 여겼던 것에 대해서도 <Reference>를 찾아보게 되는

불편한 버릇이 생겼다.

입 밖으로 내기 전, 또는 글로 옮기기 전  그 근거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매우 불편한 것 또한 사실이다.

( 줄, 한 줄, 한마디, 한다미에 실리는 그만큼의 무게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근거가 빈약한 뉴스들이 인터넷을 가득 메운다.

어제의 의혹이 오늘의 의혹에 근거가 되고,

어제의 거짓말이 오늘의 거짓말에 힘을 보태는 이상한 모양새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 모양새는 진실을 파헤쳐 보려는 시도조차 힘들게 한다.

인터넷 강국이 되면서 정보의 교환이 빨라지고, 일부 언론의 담론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이 그립다.


몇십 년 전 지식인이라던 작자들이 제국주의를 찬양한 것 마냥,

나라를 팔아먹었던 자들이 빨갱이 운운하며  득세한 것 마냥,

지역을 분열해서 정치적 이득을 챙겼던 것 마냥,

(지금은 다양한 프레임으로 국민이  분열되고 있다.)

중도층의 정치혐오를 이끌어내는 반복되는 더러운 전략 마냥.


지금도 우리는 누군가의 주장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무관심이 답일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중독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